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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형사사법 대전환…졸속 시행에 국민은 불안하다

중앙일보

2026.10.02 08:34 2026.10.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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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공소청, 수장 없이 시스템 미비 속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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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분산, ‘사건 핑퐁’ 늘고 중복수사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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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줄이기 위한 보완 입법·대책 주저 말아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전종민 중대범죄수사청장 대행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에서 열린 중대범죄수사청 현판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전종민 중대범죄수사청장 대행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에서 열린 중대범죄수사청 현판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어제 공식 출범했다. 검찰은 사라졌고, 검사의 수사권은 72년 만에 전면 폐지됐다. 검찰이 담당했던 범죄 수사는 중수청으로, 기소와 공소 유지 기능은 공소청에 이관됐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며 형사사법체계는 78년 만에 대전환을 맞았다. 하지만 여당의 밀어붙이기로 우려됐던 졸속 출범이 현실화하면서 전국 지방중수청 곳곳에서 파행과 혼선이 빚어졌다. 국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중수청과 공소청은 조직의 수장 없이 ‘개문발차’했다. ‘한국형 FBI’를 목표로 한 중수청의 상황은 기가 막힌다. 수사 인력은 정원의 66%밖에 채우지 못했고 부서 배치와 업무 분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경찰과 사건기록을 주고받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은 필수 기능만 우선 개통함에 따라 당분간은 수사관이 장부를 수기로 작성해야 할 판이다. 유치장도 없어서 인근 경찰서를 빌려서 써야 한다. ‘한국형 FBI’는커녕 수사의 연속성 유지마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일반 형사사건 수사의 전권을 쥐게 된 경찰 상황도 첩첩산중이다. 경찰청장은 21개월째 공석이고 사건 암장과 부실 수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할 수사 전문성과 공정성 확보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6만 건에 달하는 검찰 미제 사건의 대부분이 경찰로 이관됨에 따라 경찰 수사 시스템 전반에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도 크다. 사건 적체로 수사가 지연되면 범죄자는 활개 치고 정의 실현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검찰 해체에 올인했던 정부와 여당은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수사권이 여러 곳으로 나뉘며 피해자와 고소인 입장에서는 당장 내 사건을 수사할 기관을 찾아 헤매야 한다. 경찰은 일반 형사사건 수사를, 중수청은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와 법왜곡죄 수사를 담당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관세·조세·환경·노동 등 전문분야 범죄를 다루는 행정 부처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도 있다. 형사사법 기관 사이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쪽으로 쏠렸던 권력을 분산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라지만, 국민 입장에선 불편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수사권 분산은 벌써부터 수사의 사각지대를 넓히고 사건 실종 소지를 높이고 있다. 수사권 관할을 놓고 발생할 수사기관 사이의 충돌과 중복 수사를 조정할 협의회는 내년 2월에나 가동된다. 게다가 사건 현장에선 경찰과 공소청 사이의 ‘사건 송치→보완수사 요구→재송치’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고, 그같은 ‘사건 핑퐁’이 벌어지면 범죄자 검거와 처벌은 한층 어려워진다. 경찰에맡겨지는 선거 범죄나 대형 재해·참사 등 고난도 수사의 경우엔 진상 규명과 처벌이 가능할지 미덥지 못한 게 사실이다.

오늘 국민이 겪는 두려움과 불편을 마주하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진영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졸속 입법을 강행하고 정작 현장의 준비를 소홀히 한 정부와 여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기본인 형사사법체계를 어설프게 수술대에 올리면 범죄자는 손쉽게 법망을 빠져나가고 치안은 무너진다는 수많은 지적이 있었지만 여권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여권은 자신들이 주장했던 ‘더 나은 형사사법’이 ‘치안 붕괴의 지옥문’을 열어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시행착오를 면밀히 관찰하고 문제를 줄이기 위한 보완 입법과 대책 마련에 조금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형사사법제도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고, 그것은 진영의 정치적 계산을 뛰어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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