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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위해 살겠다” 출소한 모범수…1년뒤 엄청난 죄로 돌아왔다

중앙일보

2026.10.02 14:00 2026.10.0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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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범수에겐 비밀이 있었다

삼십대 후반의 남자는
3년 전 사기죄로 교도소에 들어왔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그는 음식점을 했다.
15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서
아내, 딸과 함께 살
새집을 마련하는 꿈을 꿨다.

꿈은 곧 깨졌다.
매출은 날이 갈수록 곤두박질쳤고,
아내의 몸에 암이 발견됐다.
가게를 살리겠다는 초조함과
아내를 살리겠다는 절박함에,
남자는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다.

“꼭 갚겠다”는 약속은 경기 불황 앞에 무너졌다. 억대에 이르는 채무. 남자는 결국 빚을 갚지 못했다. 법원은 그가 피해자들을 속여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교도소에 들어온 남자는 수용동 도우미로 일하며 작업장이나 운동장에서 남을 돕는 데 앞장섰다. 수용동 도우미란, 모범 수용자가 교도소 내에서 청소나 배식 등의 일을 맡는 걸 말한다.

그는 성실히 생활했고,
“아픈 아내와 딸을 위해 살겠노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찔한 사건이 벌어졌다.
내가 담당하는 공간에는 한 명의 살인자가 수용돼 있었다.

그가 목욕하기 위해 욕실로 가는 길에 내게 불만을 터뜨렸다.

“뭐야? 물이 왜 이렇게 차가워?
목욕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큰 소리로 따지며 내게 다가왔다.
순간 내 멱살을 움켜쥐고 벽으로 밀어붙였고,
살인자의 손은 내 목을 점점 더 세게 조였다.

그때, 복도를 닦던 수용동 도우미가 뛰어와 살인자의 팔을 잡아 말렸다.

그 남자였다.

나는 급히 기동대를 호출했고 급박했던 상황은 일단락됐다.

“고마워요….”
“아니에요. 교도관님. 다친 데는 없으세요?”

그는 구겨진 내 근무복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진짜 걱정하는 건 구겨진 근무복이 아니었다.

살인자에게 멱살을 잡혔을 때 무력했던 내 모습. 철창에 갇힌 100여 명의 범죄자가 창살에 얼굴을 대고 구경하듯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기심을 넘어 묘하게 흥분한 그들의 눈빛.

만약 남자가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 출소 1년, 남자가 돌아온 이유

얼마 후, 그는 내게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출소했다.

“교도관님. 아내와 딸을 위해 남은 인생 살겠습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 용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빠를 기다리며 기뻐할 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그 이후로 사계절이 지났다.

하루는 신입 수용자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던 중에 문득 한 이름이 들어왔다.
나는 잠시 손을 멈추고 그 이름을 되새겼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계속)

그 남자였다.

아픈 아내와 딸을 위해 성실하게
살겠다고 다짐하던 그 남자.


그의 죄명을 확인한 순간,
내 눈이 다시 한번 크게 뜨였다.
그는 엄청난 죄로 교도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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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선희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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