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김모(28)씨는 올해 2월 웨딩 사진을 촬영하러 갔다가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을 요구받았다. 결혼준비대행업체(웨딩플래너)를 통해 촬영 비용을 미리 결제했지만, 정작 사진 원본과 보정본을 받으려면 스튜디오에 별도의 추가금을 내야 한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플래너도 인지하지 못한 비용을 현장에 가서야 알게 됐는데, 기분을 망치기 싫어 수십만원의 추가금을 냈다”고 말했다.
무료 가족사진 촬영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은 A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예약 후 가족사진을 촬영했지만, 사진관 측은 촬영을 마친 뒤 원본 파일을 받으려면 별도의 비용을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A씨가 원본 파일을 받기 위해 결제한 금액은 100만원 상당. 가족들과 함께 촬영 준비까지 마치고 간 상황이라 거부하기도 힘들었다. A씨는 촬영 전에 안내받지 못한 비용이라며 업체에 감면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했다.
무료·저가 촬영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인한 뒤 현장에서 추가금을 요구하는 사진 업계의 ‘미끼 상술’이 여전히 성행 중이다. 정부는 문제를 인지하고 유관기관 간담회 등을 열었지만, 관련 제도 개선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사진촬영업 관련 상담은 1만3835건, 피해구제 신청은 1670건으로 집계됐다. 구제 신청 건 중 계약금액이 확인된 ‘무료촬영 미끼 상품’ 관련 피해 250건의 평균 계약금액은 78만7705원으로, 사진촬영 관련 전체 피해구제 신청의 평균 계약금액(22만2248원)의 3배가 넘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추계 웨덱스 웨딩 박람회에서 예비 부부들이 전시된 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소비자가 촬영 전에 추가 비용을 알 수 있도록 의무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미흡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를 개정하고 올해 8월부터 전국 570여개 예식장과 결혼준비대행업체를 대상으로 가격표시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사진촬영업은 가격표시 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다. 공정위는 “사진촬영 사업자는 결혼서비스 중요정보를 표시할 의무 사업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공정위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사진촬영 업체를 조치한 사례도 ‘경고’ 1건에 그쳤다.
분쟁 발생 시 소비자 구제 기준도 달라진 촬영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진촬영업에 관한 공정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2011년 개정 이후 15년째 그대로다. 당시 마련된 기준은 사업자 귀책으로 계약이 해제될 경우 실물 사진인 ‘원판’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디지털 촬영이 보편화한 현재까지도 원본·보정 파일의 제공 여부와 비용 등에 관한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로고. 뉴스1
정부는 관련 문제를 인지한 후 지난 6월 한국사진작가협회·한국프로사진작가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과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진촬영업 관련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이나 표준약관 제정은 추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상혁 의원은 “광고를 보고 예약한 소비자에게 구체적 비용을 알리지 않은 채 현장에서 추가금을 요구하는 업계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15년 전에 멈춰 있는 공정위 분쟁해결기준을 재정비하고, 고시에도 원본 파일 비용 등을 촬영 전 표시하도록 해 사진촬영업의 규제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