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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아리파도 반했다”…속초 앞바다에 뜬 낭만 치사량 ‘세발서점’ [스튜디오486]

중앙일보

2026.10.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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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486]은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들이 발로 뛰어 만든 포토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중앙일보는 상암산로 48-6에 있습니다. "

금요일 퇴근길, 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 주말을 맞아 어디론가 훌쩍 떠나 온전한 쉼을 누리고 싶다고. 나만을 위한 시간에 충실해지고 싶다고. 그 상상이 실행으로 이어진다면 어떨까. 무작정 떠나본다. 그곳이 바다라면? 더해서 내 손에 책 한 권이 들려 있다면? 그렇다면 충분한 ‘바다 멍’을 때리며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격렬하게 늘어져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독서를 해도, 그저 바다만 바라보아도 충분하다.

이곳에서는 독서를 해도, 그저 바다만 바라보아도 충분하다.

" 세발서점 오려고 서울에서 속초까지 고속버스 타고 왔어요. "
삼륜차를 개조해서 만든 세발서점.

삼륜차를 개조해서 만든 세발서점.


강원도 속초 영랑호 인근 해안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분홍색 외관을 한 수상한(?) 차 한 대가 나타난다. 삼륜차 짐칸 위에 컨테이너를 올려 개조한 이동식 서점 ‘세발서점’이다. 여기서 책을 사면 의자나 돗자리를 빌려준다.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고요한 바다 독서를 즐기면 된다.

세발서점의 무대는 무한대다.

세발서점의 무대는 무한대다.

심야서점이 열린 날.

심야서점이 열린 날.

" 세발서점의 핵심 정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입니다.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낭만과 휴식을 선사하는 거죠. "

박영아(38) 대표는 어느 일본 그림책에서 영감을 얻어 세발서점을 열었다고 했다. 삼륜차를 구하는 데만 4년이 걸렸다. 농업용이었던 컨테이너에 분홍색 칠을 하고 그 안을 책으로 가득 채웠다. ‘인증샷’ 명소로 소문이 나 SNS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야외 독서 특성상 매년 5월에서 10월까지만 운영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문을 연다. 심야서점이 열린다는 지난달 11일, 세발서점으로 향했다.

박영아 세발서점 대표.

박영아 세발서점 대표.

‘한가로운 바다에 손님이나 있을까’하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단 4시간의 영업시간 동안 많은 사람이 서점을 찾았다. 지나가다 걸음을 멈추는 사람보다 오로지 바다 독서를 위해 세발서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하루 판매량은 30~50권이나 된다. 퇴근하자마자 달려왔다는 20대 직장인은 “취업 초기라 많은 것이 어렵고 답답한데, 바다 보면서 책을 읽으며 위로를 찾겠다”고 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심야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쌀쌀한 날씨에도 심야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 요즘은 독서도 하나의 놀이잖아요. 인증샷을 위해 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핵심은 책 곁으로 오게 하는 거니까요. "

인증샷은 독자를 유인하는 미끼인 셈이다. 박 대표는 “바다의 일부가 되어 오감으로 느끼며 읽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며 책을 사는 손님들에게 세발서점을 배경으로 직접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바다독서를 즐기는 사람들.

바다독서를 즐기는 사람들.

세발서점의 서가는 작지만, 꽉 차있다.

세발서점의 서가는 작지만, 꽉 차있다.

동해에서 왔다는 초등학교 2학년 임채윤 어린이는 바다독서 소감을 묻자 "시끄럽지 않고 파도 소리 들으며 책을 읽으니 좋다. 또 오고싶다"고 말했다.

동해에서 왔다는 초등학교 2학년 임채윤 어린이는 바다독서 소감을 묻자 "시끄럽지 않고 파도 소리 들으며 책을 읽으니 좋다. 또 오고싶다"고 말했다.


바다 독서라고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저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책과 수평선을 바라보기, 그리고 가슴속에 바다 내음을 가득 담아내면 충분하다. ‘오감독서’라는 게 이런 것일까.

신중하게 책을 고르는 손님들.

신중하게 책을 고르는 손님들.

세발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면 의자나 돗자리를 빌려준다. 바닷가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동하면 된다.

세발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면 의자나 돗자리를 빌려준다. 바닷가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동하면 된다.

태양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수평선 아래로 넘어가자 해변은 더 붐비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서를 이어나갔다. SNS 운영 또한 세발서점의 강점이다. 박 대표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해외에서 팔로우할 만큼 시각적인 콘텐트가 강점입니다. 언어 장벽 없이 소비 가능한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라고 했다. 최근 팝가수 두아리파(Dua Lipa)가 본인의 SNS 계정에 세발서점을 소개해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도 느는 추세라고 했다. “외국인 손님을 위해 영어 원서를 구비해 놓기도 하는데, 한국어 시집을 번역기 돌려가며 읽던 일본인이 기억에 남아요.”

박 대표는 세발서점을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했다.

박 대표는 세발서점을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했다.

세발서점은 오로지 '바다 독서'만을 위해 찾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세발서점은 오로지 '바다 독서'만을 위해 찾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해안가 한쪽에 마련된 가을 컬렉션.

해안가 한쪽에 마련된 가을 컬렉션.

책을 고르는 사람들.

책을 고르는 사람들.

짧은 시간이 아쉬워 낮에 문을 여는 일요일 다시 서점을 찾았다. 컨테이너 서가를 열자마자 오픈런이 이어졌다. 세발서점에서는 단순히 판매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충분히 책과 교감의 시간을 갖고 떠나는 순간까지 박 대표의 유쾌한 질문이 이어진다. 손님들의 감상평을 보니 책에 대한 내용과 바다에 대한 소감이 반반이다.

세발서점은 책을 찾는 이들의 에피소드가 모래알처럼 찬란하게 쌓여가는 곳이다. 주인장, 분홍빛 서가를 가득 채운 책들, 그리고 설렘 가득한 여행객들이 세발서점의 주인공이다.
분홍색 외관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분홍색 외관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파도와 독서, 그리고 바다내음으로 완성되는 오감 독서.

파도와 독서, 그리고 바다내음으로 완성되는 오감 독서.

세발서점은 오는 10일까지 속초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이후 강릉 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자세한 장소와 영업시간은 SNS(@3Feet_bookstore)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장진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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