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무죄 경비원 상대 민사소송 제기 경비원, 2월 형사재판서 무죄 평결 받아 주택공사·관리·경비업체에도 책임 물어
자넷 데니스 윌리엄스(65). 풀턴 카운티 셰리프국 제공
지난 2024년 애틀랜타 벅헤드의 시니어 아파트에서 90세 한인 노인 고 김준기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 2년 만에 다시 법정으로 소환됐다. 당시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 2월 형사재판에서 무죄 평결을 받은 아파트 경비원을 상대로 피해자의 두 딸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김준기 씨의 딸 케이트 오하라와 영비 박 씨는 지난달 말 풀턴 카운티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당시 경비원이었던 재닛 데니스 윌리엄스가 아버지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2024년 9월25일 벅헤드 시드니 마커스 블러바드 인근 마리안 로드 하이라이즈 5층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아파트는 노인과 장애인 등이 거주하는 애틀랜타 주택공사 소유의 공공주택이다. 김씨를 돌보던 간병인이 이날 아침 아파트를 방문했다가 주방 바닥에서 김씨를 발견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얼굴과 상체 등을 54차례 흉기에 찔린 상태였다.
사건 발생 약 2주 뒤 당시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윌리엄스가 체포됐다. 그는 살인과 가중폭행, 노인 착취·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 2월 열린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감시카메라 영상 등을 토대로 윌리엄스가 범행 추정 시간 직전 김씨가 살던 5층으로 올라간 사실 등을 제시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경찰 수사의 허점을 지적하고, 50차례 이상 흉기를 휘두른 범인이라면 상당량의 피가 옷에 묻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윌리엄스의 모습은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검찰은 김씨가 살해된 동기도 제시하지 못했다. 배심원단은 약 한 시간여의 심의 끝에 윌리엄스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에 무죄 평결을 내렸다.
그러나 유족 측은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은 책임을 판단하는 입증 기준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의 유죄를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입증해야 한다. 반면 일반적인 민사사건에서는 어느 쪽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더 높은지를 판단하는 ‘증거의 우월’ 기준이 적용돼 형사재판보다 입증 문턱이 낮다.
두 딸은 소장에서 사건 당일 윌리엄스의 동선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소장에 따르면 김씨의 간병인은 2024년 9월24일 오후 2시40분께 건물을 떠났다. 약 35분 뒤인 오후 3시15분께 윌리엄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김씨가 거주하던 5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수사기록에 포함된 영상에 나타났다고 유족 측은 주장했다.
당시 윌리엄스는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빨간색 X피니티 가방을 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약 6분 뒤 윌리엄스가 다시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는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오른쪽 바지 부분이 찢어져 있었으며, 어두운 붉은색 얼룩처럼 보이는 부분을 닦았다고 주장했다. 또 가방이 이전보다 불룩해졌으며 다리를 저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고 소장에 적었다. 김씨가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유족 측은 그의 지갑과 신분증, 카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모자 등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며칠 뒤 윌리엄스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경비원 유니폼과 신발, 빨간색 X피니티 가방 등을 확보했다. 소장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유니폼 바지 가운데 하나의 오른쪽 허벅지 부분이 찢어졌다가 꿰맨 흔적과 윌리엄스의 오른쪽 허벅지에 상처가 있는 것도 확인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검찰은 이러한 정황만으로 윌리엄스가 김씨를 살해했다는 점을 배심원단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유족 측은 또 애틀랜타 주택공사와 아파트 관리회사, 당시 경비업무를 담당했던 프로텍트 시큐리티 등도 피고로 지목했다. 이들 기관과 업체가 김씨가 자신의 집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적절히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