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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엔 사갈 공장이 없다"…시총 1위 ASML, 안방 매출 '0%'의 굴욕

중앙일보

2026.10.02 15:31 2026.10.0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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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정작 유럽에서는 장비를 한 대도 팔지 못하고 있다. 유럽엔 반도체 장비를 납품할 반도체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은 반도체 업계 '수퍼을' 로 불린다.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은 반도체 업계 '수퍼을' 로 불린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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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는 ‘수퍼을’인데 공장은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크 헤임스케르크 ASML 총괄 부사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는 유럽에서 아무것도 팔지 못하고 있다”며 “유럽이 투자하지 않고, 유럽에 반도체 공장이 지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SML의 올해 2분기 순장비매출에서 유럽이 차지한 비중은 0%였다. 2분기 최대 시장은 한국(43%)이었고 대만(30%)과 중국(14%)이 뒤를 이었다. 헤임스케르크 부사장은 ASML의 사업 확장에 대해 “중국과 인도는 가장 붉은 레드카펫을 깔아준다. 생산하도록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ASML에 중요한 것은 유럽이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ASML은 반도체 업계에서 ‘수퍼을’로 불린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초미세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만들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 생태계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하지만 정작 이 장비를 돌릴 공장은 부족하다. 유럽(EU) 집행위원회가 지난 6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세계의 8.1%(2023년 기준)에 그친다. 게다가 2030년에도 같은 수준(8.1%)에 머물 전망이다. 보고서는 “EU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힘도, 만드는 힘도 아직 약하다. 그래서 성장하는 시장에선 밀리고, 핵심 기술은 다른 나라에 기대게 됐다”고 짚었다.

ASML이 세계 최고의 장비를 만들어도 이를 사들일 공장은 유럽 밖에 있다. 유럽감사원(ECA)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3%에서 2020년 7%로 거의 반토막 났다. 2030년 전망치도 8%에 그친다. 같은 기간 중국(11%→18%→22%)과 한국(15%→18%→19%)이 몸집을 키우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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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고 느리고 비싼 공장, 반격은


온갖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도 유럽 반도체의 발목을 잡는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에 따르면 장비를 제외한 반도체 공장 건설비는 유럽·미국이 대만의 최소 두 배다. 공장 첫 삽부터 첫 웨이퍼 생산까지 기간도 대만·중국은 1년 남짓(12~16개월)이면 충분하지만, 유럽·미국은 약 24개월로 두 배 가까이 길다.

인건비 격차도 크다. 높은 임금(60%),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30%), 짧은 근로시간(10%)이 그 격차를 키웠다는 게 맥킨지의 분석이다. 실제 유럽 최대 반도체 생산 거점인 독일 공장이 대만보다 더 부담하는 비용 중 3분의 1 이상이 인건비다.

유럽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 6월 내놓은 ‘칩스법 2.0’은 반도체 자립을 위해 범용 칩부터 인공지능(AI) 칩까지 폭넓게 지원하는 게 골자다. 첨단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은 ‘EU 전략 프로젝트’로 지정해 밀어주고, 칩을 만들어도 사 줄 곳이 없다는 지적에 유럽 기업과 칩 제조사를 이어주는 제도를 추진중이다.

한 재계 최고위 관계자는 “AI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이 치고 나가는 데 유럽은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며 “유럽 기업 경영진들도 ‘이대로 가다간 미래 먹거리에서 영원히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넋두리를 쏟아내더라”고 전했다.



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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