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의 한 맥도날드 직영점에서 빅맥 하나는 5.69달러(약 7700원)다. 불과 3.2㎞ 떨어진 프레즈노의 다른 직영점에선 똑같은 빅맥이 6.89달러(약 9400원)다. 21% 비싸다. 이 가격표 뒤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지난 8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맥도날드 매장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맥도날드가 미국과 일부 해외 시장에서 AI를 메뉴 가격 결정에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가격 시스템은 미국 내 약 1만4000개 매장에서 매일 발생하는 수백만 건의 거래를 분석해 빅맥부터 노인 할인 커피까지 메뉴별 최적의 가격을 제시한다. 지역 고객이 얼마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와 인근 경쟁업체의 공개 메뉴 가격 등도 분석한다.
다만 가격 차이가 AI의 가격 추천 때문에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맥도날드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 매장마다 비용이 다르다며 AI 시스템은 “도구이지 의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24년 4월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델마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설치된 무인 주문기에서 고객이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로이터가 접촉한 가맹점주 5명은 본사가 AI 권고 가격을 따르도록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은퇴한 전 점주 캐런 킹은 “이제 가격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알고리즘을 이용한 경쟁업체 간 가격 조율이 반독점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맥도날드도 시스템 이용 약관에 가맹점끼리 경쟁자가 될 수 있다며 반독점법 준수를 명시했다.
맥도날드의 AI 실험은 가격에 그치지 않는다. 2021년 IBM과 손잡고 미국 100여 개 매장에서 AI가 음성으로 주문을 받는 드라이브스루를 시험했다. 하지만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추가하거나 수량을 잘못 알아듣는 일이 잇따랐다. 수백 달러어치 맥너겟을 주문에 추가하는 영상까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자 2024년 시험을 종료했다. 다만 당시에도 맥도날드는 “드라이브스루 음성 주문은 우리 식당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자동화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드라이브스루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들어 패스트푸드 업계의 AI 경쟁은 빨라지고 있다. 타코벨은 미국 매장에 AI 음성 주문을 확대하고 있고, 호주에선 KFC와 헝그리잭스가 비슷한 기술을 시험 중이다. 호주의 멕시코 음식 패스트푸드 체인 구즈만 이 고메즈는 지난 8월 시범 운영을 마친 주문관리시스템을 250개 넘는 주방에 적용했다. 지난달에는 주문 내용과 주방 상황을 계산해 음식이 나올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도 시험했다.
다만 소비자는 기업만큼 AI를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메트리지가 지난해 11월 미국·캐나다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월 발표한 조사에서는 84.9%가 고객 상담에서 AI보다 사람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패스트푸드점이 청년층의 주요 첫 일자리라는 점에서 자동화가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주호텔협회에 따르면 2023년 호주 숙박·음식 서비스업 종사자의 48%가 15~24세였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에 새로 문을 여는 KFC 매장의 사전 공개 행사에서 티어니 먼다인이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렇기에 AI를 직원의 대체재가 아닌 보조 수단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리 제이컵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미 경제잡지 포춘에 “로봇을 쓴다고 반드시 그만큼 사람을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AI가 반복적인 주문을 맡는 대신 직원은 고객 응대와 기계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문에서 주방 관리, 메뉴 가격까지 AI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패스트푸드점에서 사람과 AI의 역할을 어디까지 나눌지를 둘러싼 시험도 본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