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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 일어서면 승객들 죽는다”…피쏟으며 조종석 지킨 기장

중앙일보

2026.10.02 20:43 2026.10.0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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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로드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플라이두바이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다. 이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던 다른 플라이두바이 여객기는 비상 신호가 발생한 뒤 사우디아라비아로 회항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로드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플라이두바이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다. 이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던 다른 플라이두바이 여객기는 비상 신호가 발생한 뒤 사우디아라비아로 회항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행 여객기에서 부기장의 흉기 공격을 받은 플라이두바이 기장이 “내가 일어나지 못하면 승객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해당 부기장은 과거 급진적 이념 성향에 대한 우려로 오만에서 비행 금지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여객기를 운항한 인도 국적 스미트 마차르 기장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통화를 갖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마차르 기장은 “많은 상처를 입고 바닥으로 쓰러졌다”며 “내 인생을 걸고 싸웠고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여기서 일어나지 않으면 승객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마차르 기장은 오만 국적 부기장이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쳤지만 조종실 문을 열 수 있도록 잠금을 해제했다. 이후 이스라엘 승객 3명과 승무원이 조종실로 들어가 부기장을 제압했다. 항공기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비상 착륙했고, 마차르 기장은 UAE로 이송돼 아부다비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플라이두바이 여객기 기장 스미트 마차르가 조종석에 앉아 있는 모습. 사진 이스라엘 외무부

플라이두바이 여객기 기장 스미트 마차르가 조종석에 앉아 있는 모습. 사진 이스라엘 외무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부기장은 과거 급진적 이념 성향에 대한 우려로 오만에서 비행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플라이두바이에 채용돼 보안상 민감도가 높은 UAE~이스라엘 노선에도 투입됐다. 다만 오만 당국이 당시 관련 정보를 다른 국가나 항공사와 공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부기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급진적 사상에 빠졌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UAE가 사건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 UAE 정부 대변인은 부기장의 과거 비행 금지 처분에 대해 “수사 결과를 예단하거나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논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외교고문은 최악의 상황을 막은 기장을 높이 평가하며 이번 사건을 “위험한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공격자는 이슬람 급진화 과정을 거쳤다”며 “그는 승객들을 태운 채 항공기를 추락시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부기장의 급진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건 이후 플라이두바이는 이스라엘행 항공편 운항을 임시 중단했다. 사고 항공기에는 약 180명이 타고 있었으며 상당수가 이스라엘인이었다. UAE에 발이 묶인 이스라엘 승객들을 귀국시키기 위한 특별 항공편도 운항에 들어갔다.

항공 보안 전문가들은 부기장이 흉기를 기내로 반입한 데다 과거 비행 금지 처분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원 검증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존 알터만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글로벌 안보·지정학 담당은 “UAE는 자신들이 심각한 허점이 있는 곳이 아니라 매우 안전한 곳으로 인식되길 바란다”며 “UAE는 자국 평판을 지키는 데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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