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은퇴를 결심하고 전업 주부를 하려던 선수가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 팀의 최고 타자로 탈바꿈했다. 불과 2년 사이에 인생 대역전을 이룬 남자, 밀워키 브루어스 1루수 제이크 바우어스(30)가 그 주인공이다.
바우어스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밀워키 저널 센티널’과의 인터뷰에서 2년 전 은퇴할 뻔한 사연을 공개했다.
지난 2013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지명된 뒤 2018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바우어스는 2024년까지 11시즌 동안 7개 팀을 전전하며 트레이드 5번, 양도 지명(DFA) 1번, 마이너리그 이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각각 2번을 거쳤다. 몸과 마음 모두 지칠 대로 지치며 야구에 대한 애정도 식었다.
그는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 있었다. 쳇바퀴를 도는 느낌이었고, 완전히 지친 상태였다. 그만두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2024년 밀워키에서 116경기 타율 1할9푼9리(0302타수 60안타) 12홈런 43타점 OPS .662에 그치며 시즌 후 마이너리그로 소속이 이관된 바우어스는 FA를 선언하며 은퇴를 결심했다. 그해 뉴욕 메츠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3차전 7회 대타 홈런이 자신의 마지막 타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내 로렌과 상의해 자신이 전업 주부를 하며 1살 된 딸을 돌보고, 아내가 전임 교사로 복귀하기로 했다. 에이전트 스티브 벨트먼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야구를 그만두기로 하면서 복잡하던 마음도 평화도 찾았다. 에이전트는 “알겠다. 일단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을게. 조금만 기다려보자”며 혹시 모를 마음의 변화를 기다렸다.
[사진] 밀워키 제이크 바우어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로부터 3일 뒤, 바우어스의 결심을 뒤흔든 일이 발생했다. 아내가 둘째를 임신해 다시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바우어스는 전업 주부를 포기하고 다시 배트를 잡았다. 그는 “임신한 아내가 일을 하러 나갈 수 없었고, 내가 계속 야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에겐 건강 보험이 필요했다”고 현실적인 이유를 털어놓았다. 무직이 되면 건강 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다. 의료비 본인 부담금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야구를 그만둘 수 없게 된 것이다.
생계를 위해 위해 다시 야구를 해야 했지만 바우어스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이 없었다. 메이저리그 오퍼가 전혀 없었고, 바우어스는 전 소속팀 밀워키와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도 하고 싶다는 뜻을 에이전트에게 전했다.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밀워키 코칭스태프, 팀 동료들과 마음이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2025년 1월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다시 밀워키와 손을 잡은 바우어스는 그해 어깨 부상에도 85경기 타율 2할3푼5리(183타수 43안타) 7홈런 28타점 OPS .752로 쏠쏠한 성적을 냈다. 포스트시즌 6경기 타율 3할8리(13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 OPS .973으로 활약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시즌 후 연봉 270만 달러에 밀워키와 재계약했다.
[사진] 밀워키 제이크 바우어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세를 몰아 올해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했다. 144경기 타율 2할6푼6리(477타수 127안타) 26홈런 86타점 94볼넷 156삼진 출루율 .389 장타율 .484 OPS .874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밀워키를 리그 전체 최고 승률(103승59패 .636) 팀으로 이끌었다. 특히 wRC+143으로 내셔널리그(NL)에서 피트 크로우 암스트롱(시카고 컵스·157)에 이어 2위로 순수 타격 생산력은 ‘넘버 투’였다.
팻 머피 밀워키 감독은 “바우어스가 정말 큰 힘이 되어줬다. 바우어스가 OPS, 볼넷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를 줄 누가 예상이라도 했나? 논로스터 초청 선수였는데 지금 이렇게 훌륭한 수준에서 뛰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잘했고, 우리에게 정말 큰 존재”라며 치켜세웠다.
바우어스는 올 시즌을 끝으로 서비스 타임 6년을 채워 FA가 된다. 최고 시즌을 보낸 뒤 FA로 다년 계약을 노릴 수 있게 된 바우어스는 “이번 오프시즌이 끝나면 아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며 “지금은 그 모든 것을 제쳐두고 밀워키 도시를 위해 월드시리즈 우승에만 집중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