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울산, 이석우 기자]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친선경기가 열렸다.에콰도르전 3-0 완승과 우루과이전 1-4 대패로 극명한 경기력을 보인 ‘모레노호’가 베네수엘라전에서 전술적 유연성을 앞세워 빠르게 문제점을 보완했는지 시험대에 올랐다.대한민국 손흥민과 이강인이 프리킥 수비를 하고 있다. 2026.10.02 / [email protected]
[OSEN=울산, 정승우 기자] 김민재(30, 바이에른 뮌헨)는 함께 싸우자고 했다. 그런데 일부 팬들은 누구를 겨냥했는지부터 찾고 있다. 팀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호소가 또 손흥민(34, LAFC)과 이강인(25,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향한 책임 공방으로 흘렀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베네수엘라와 친선경기를 치러 0-0으로 비겼다. 지난달 24일 에콰도르전 3-0 승리 이후 우루과이전 1-4 패배, 베네수엘라전 무승부로 두 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베네수엘라전은 실점 없이 0-0으로 마무리한 경기다. 하지만 최근 경기 중 월드컵 남아프리카공화국전과 더불어 '졸전'으로 손꼽히는 경기가 됐다.
경기 후 김민재는 강한 어조로 선수단의 변화를 요구했다. 방송사 인터뷰에서 "포백 이야기가 문제가 아니라 다 같이 싸워줘야 한다. 안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전체적으로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없었다. 이런 경기면 7-0 승리든, 9-0 승리든 기쁘지 않다"라고 밝혔다.
취재진 앞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김민재는 "많이 뛰어줘야 한다는 게 단순한 킬로미터 수 이야기가 아니다. 경합을 같이 해야 하고, 90분 내내 싸워야 하고, 경합에서 이겨야 한다. 졌을 때는 주변에서 세컨드 볼도 잡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누군가 혼자 상대와 부딪칠 때 주변 선수들이 다음 공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경기 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경기 하이라이트를 제공한 유튜브 댓글 일부에서는 팀 전체의 문제보다 특정 선수에게 책임을 몰아가는 반응이 눈에 띄었다.
손흥민을 향해서는 "손흥민은 국대 은퇴하고 주장 김민재 주고 선수단 싹 다 갈아엎어야 함"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손흥민이 대표팀의 분위기와 문화를 망쳤다고 주장하거나, 카메라와 팬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근거 없는 추측도 이어졌다.
이강인을 겨냥한 반응도 있었다. "이강인이 문제구만"이라는 댓글을 비롯해 이강인의 합류 이후 팀워크가 깨졌다는 주장, 이강인이 출전하지 않았던 에콰도르전만 잘 풀렸다는 식의 해석이 나왔다. 수비 가담과 공격 템포를 비판하는 댓글도 달렸다.
선수의 경기력을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손흥민도, 이강인도 부진한 장면이 있다면 비판받을 수 있다. 문제는 김민재가 누구를 지목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발언을 특정 선수를 공격하는 근거로 가져다 쓰는 것이다.
김민재는 손흥민이나 이강인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도 비판의 대상에 포함했다.
그는 "저도 똑같다. 다른 선수들이 보기에는 저도 안 싸워 보일 수 있고, 뭔가 부족해 보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경기력은 빼놓고 다른 선수에게만 책임을 묻는 발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팀 전체를 향한 주문은 '누구 저격인가'라는 논쟁으로 바뀌었다. 손흥민을 문제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손흥민을, 이강인을 문제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이강인을 끌어왔다. 김민재의 말을 듣기보다 기존에 내린 결론을 강화하는 데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모든 반응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패스와 터치 등 기본적인 실수가 많았다는 지적, 감독 교체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공격과 중원, 수비를 가리지 않고 간절하게 뛰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대표팀이 돌아봐야 할 내용은 분명했다. 한국은 이날 볼 경합 성공에서 44-65로 밀렸다. 공중볼 경합 성공률은 23%에 그쳤고, 상대 박스 안 터치는 7-21이었다. 특정 선수 한 명의 이름으로 설명을 끝내기 어려운 경기였다.
김민재 역시 문제가 몇 년 동안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팀 안에서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그 이야기를 경기 후 선수들에게 했느냐는 질문에는 짧게 답했다.
"경기 전에 했습니다."
이미 전달한 주문이 경기에서 충분히 실행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선수단은 그 지적에 경기력으로 답해야 한다. 그러나 팬들이 확인되지 않은 저격 대상을 찾는 데만 몰두한다면, 정작 함께 싸우지 못한 이유와 개선 방법은 뒤로 밀린다.
김민재가 요구한 것은 누군가를 골라 내쫓자는 결론이 아니었다. 자신을 포함한 선수들이 함께 경합하고, 동료를 돕고, 팀으로 경쟁하자는 것이었다.
대표팀은 경기장에서 하나가 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기장 밖에서는 그 호소마저 선수별 편 가르기의 재료가 되고 있다. 함께 싸우자는 말 앞에서까지 서로 다른 '범인'을 찾는 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