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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합의 안했대? 두배 올릴 것”...트럼프 ‘알래스카 뒤끝’, 동맹 다시 흔드나

중앙일보

2026.10.0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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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알래스카주 액화천연가스(LNG) 사업과 관련해 “한국이 곧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합의 사업을 기정사실처럼 발표해놓고선 한국이 합의하지 않았다고 하자 다른 수단으로 압박해 사업에 참여시키겠다고 윽박지르는 모양새다. 대미 투자 사업 선정으로 잦아드는 듯했던 한·미 간 통상 갈등이 다시 불거질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 알래스카 LNG 사업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성급하지 않았다. 그들은 (논의할 때) 거기 있었다. 그들의 대표가 참여했다”며 “만약에 그들이 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상관없다. 더 많이 청구하면(charge) 된다”고 말했다.

문답 과정에서 트럼프는 한국이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듯한 반응도 보였다. 문답을 주고받던 중 기자에게 “아니, 잠깐만, 잠깐만. 한국이 합의를 안 했다고 말했다고?”라고 되물은 것이다. 이에 기자가 “그들은 여전히 검토 중(studying)이라고 했다”고 답하자 “그들에게 곧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리겠다고 전해라. 알겠나?”라고 말했다.

이는 적어도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한국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약 500억 달러) 참여가 확정된 것으로 각인돼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발표 뒤 한국뿐 아니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팩트시트에도 알래스카 사업은 합의된 게 아니라 향후 추가 협의를 거치는 것으로 돼 있지만, 트럼프는 이를 개의치 않을 우려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충성파로 가득 차 트럼프의 의견에 토를 다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현 행정부에서 이 같은 트럼프의 인식은 곧 한국에 대한 추가 투자 압박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트럼프가 이미 ‘한국=알래스카 투자’라는 등식을 전제로 움직인다면 실무자들로서는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애초에 트럼프가 합의되지 않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원전 8기 건설 사업을 확정된 것처럼 발표한 것 자체가 추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전술 아니었냐는 이야기가 외교가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에도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한국이 석유 증산 프로젝트에 84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역시 한·미 투자 합의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트럼프가 언급한 ‘두 배 인상’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투자금 증액일 수도 있으나, 외신들은 트럼프가 또 관세를 집어들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는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두 배를 위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여전히 수입 관세를 수출하는 국가가 내는 것이라고 잘못된 주장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무역 대상국에 부과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상호관세는 미 연방대법원에서 무효가 됐다. 연방대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해당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한 관세 부과는 여전히 가능하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한국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에 대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제대로 차단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USTR은 지난 7월 이에 따라 관세 부과를 결정했으며, 한국의 대상 품목에는 기존 최혜국대우(MFN) 세율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12.5% 기준을 적용했다.

USTR은 한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과잉생산 관련 조사도 시작했다. 이에 따른 관세 부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앞서 한·미 정상이 지난해 합의한 건 한국이 3500억 달러 상당의 대미 투자를 하는 대신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등을 15%로 낮추는 게 골자였다. 다만 트럼프가 한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는 것을 합의 위반으로 간주하고 관세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1월에도 한국의 투자 지연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캐나다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자, 아예 캐나다산 유제품과 주류, 오토바이에 대한 금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동맹에게조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다시 보여준 사례였다.

트럼프가 이처럼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에 매달리는 건 공화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중간선거 판세 때문으로 보인다. 알래스카는 공화당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이었지만, 이번에는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대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한 알래스카 상원의원 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메리 펠톨라 후보(50%)가 현역인 공화당 댄 설리번 상원의원(43%)에게 7%포인트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집권여당의 경제적 성과를 과시하려면 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발표가 효과적이라는 게 트럼프의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중간선거를 한 달 앞둔 가운데 이 역시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및 아이오와주의 150억 달러 규모 제철소 건설, 앨라배마주에서 트럼프가 홍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32억 달러 규모의 교량 건설 사업 등을 거론하며 “성사된다면 해당 주에 경제적 호황을 안겨줄 수 있지만, 이 중 가장 빠른 것조차 가동 시점은 일러야 2030년”이라고 지적했다. 아이오와주의 공화당 전략가 루크 마츠는 “모두 대단히 훌륭한 프로젝트들이지만, 정치적으로 이를 선거에 지렛대로 활용하기에는 시간표가 너무 촉박하다”고 말했다.



유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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