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3층, 이곳에 위치한 한국은행 ‘아카이브’에는 적막감이 맴돌았다. 손님이 많지 않은 평일 오후 시간인 점을 고려해도 관람객이 1명도 보이지 않을 만큼 한산했기 때문이다. 3년 전 개관한 아카이브는 한은이 보유한 역사기록물 등을 활용한 전시·열람시설이다. 인근에서 마주친 한은 관계자는 “입장료가 무료임에도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다”며 “화폐박물관과 달리 아카이브라는 공간의 존재를 모르는 내부 직원들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 반면 아카이브에서 도보로 90m가량 떨어진 한은 화폐박물관은 노인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박물관 입구에 위치한 화폐 광장의 ‘동전 피라미드’를 목격한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와아”하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고령의 관람객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박물관 곳곳을 살피며 도슨트 등에게 연신 질문을 쏟아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입구의 모습. 김정재 기자
4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한은 아카이브 방문 인원은 4349명(2023년)→3821명(2024년)→3713명(2025년)으로 감소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방문객은 2153명에 불과해, 하루 평균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반면 같은 기간 화폐박물관의 관람객은 17만8000명(2023년)→18만1000명(2024년)→20만5000명(2025년)으로 늘었다.
정 의원에 따르면 한은은 아카이브 설립을 위해 2018년 8월부터 2022년까지 약 20억원의 세금을 썼다. 설립 이후엔 시설유지 등을 위해 매해 수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운영·홍보 등 명목으로 ▶4264만원(2023년) ▶5918만원(2024년) ▶4912만원(2025년)을 사용했다. 올해엔 창립 76주년 맞아 ‘사료기획전시관’을 만드는 등 지난 9월 8일까지 총 889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한국은행은 아카이브 준공 당시 “전시·열람시설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지만, 적은 관람 인원과 막대한 예산 탓에 “당초 설립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은 관계자는 “실적이 지지부진한 것은 사실”이라며 “좋은 의도로 만든 아카이브가 ‘계륵’처럼 느껴져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다”고 설명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이와 관련, 정태호 의원은 “아카이브가 수익 목적의 사업은 아니지만, 일반 국민과의 소통 강화라는 조성 취지에 맞게 홍보 및 운영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아카이브의 운영 효과를 정량화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아카이브 설립 이후 한은 평판조사에서 한은의 신뢰도, 친근감, 업무인지도 등이 상승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