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정환 기자] 종이상자를 만드는 아버지가 마련해 준 중고 활로 세계최강 한국을 무너뜨렸다고?
인도여자양궁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8회 연속 우승 도전을 저지하고 사상 첫 여자 리커브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10대 궁수 쿠쿰 모호드(17)의 등장은 한국에게 더욱 무서운 사인이다.
안키타 바카트(28), 키르티 샤르마(19), 쿠쿰 모호드(17)로 구성된 인도 여자 양궁 대표팀은 2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주오 종합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리커브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을 세트스코어 5-3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1998년 방콕 대회부터 7개 대회 연속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독식했다. 한국의 8연패 도전은 인도에 발목을 잡히며 기록이 좌절됐다. 인도는 아시안게임 여자 리커브 단체전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오른 데 이어 한국까지 제압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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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매체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이번 우승의 주역인 세 선수의 성장 과정에 주목했다. 그중에서도 막내 쿠쿰 모호드의 이야기는 눈길을 끌었다. 17세인 쿠쿰은 마하라슈트라주 아므라바티 출신으로, 아버지 아닐은 과자 가게에 납품하는 종이상자를 만드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 쿠쿰은 최근까지 중고 활을 사용해 훈련하고 국제대회에 출전했다고 알려져 놀라움을 자아낸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양궁을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이번 대회에서 세계 최강 한국을 무너뜨리는 주역으로 우뚝 섰다.
대표팀의 맏언니 안키타 바카트 역시 가족의 헌신 속에서 성장했다. 콜카타에서 자란 안키타의 아버지는 새벽 4시부터 우유 배달을 하며 딸의 선수 생활을 뒷바라지했다. 금메달이 확정된 뒤에는 딸의 우승을 기원하며 금식을 이어온 어머니가 마침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키르티 샤르마는 하리아나주의 농가 출신이다. 2022년 새 활이 필요해지자 아버지 비제이 쿠마르는 농작물 수확 후 갚겠다는 약속으로 중개업자에게 6만 루피(약 84만 원)를 빌려 딸의 장비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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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환경에서 양궁의 꿈을 키워온 세 선수는 결승에서 한국의 명성과 과거 기록에 위축되지 않았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10차례 우승한 강팀이라는 소개가 나오자 쿠쿰은 “오늘 아시안게임 타이틀은 우리의 것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키르티도 한국과의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키타는 “두 선수는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했기 때문에 과거의 부담이 없었다. 그들과 함께 경기하면서 많은 자유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국제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안키타와 처음 아시안게임에 나선 젊은 선수들의 조화가 팀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경기 중에는 강한 바람이 변수로 작용했다. 인도 선수들은 바람의 방향을 시계 방향에 빗대어 분석하고, 화살이 밀려나는 방향을 고려해 실제 목표 지점보다 왼쪽을 겨냥했다. 키르티는 “바람이 3시 방향으로 밀어내고 있었기 때문에 8시나 9시 방향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경기 도중 사격 순서까지 바꾸는 유연함도 보여줬다. 두 번째 사수로 나선 키르티가 7점과 8점을 쏘며 부담을 느끼자 팀은 순서를 조정해 그를 앞쪽으로 이동시켰다. 이후 키르티는 10점과 9점을 쏘며 안정을 되찾았다. 안키타는 “경기 도중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 중요했다.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즉시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OSEN=나고야(일본), 박준형 기자] 한국 양궁 국가대표 강채영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강채영은 3일 일본 아이치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여자 개인전 8강에서 인도 쿰쿰 아닐 모호드에 세트 점수 4-6(28-29 28-27 27-28 29-29 28-28)으로 패했다. 경기종료 후 강채영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2026.10.03 / [email protected]
결승전 초반에는 양 팀이 1세트에서 54점, 2세트에서 56점을 나란히 기록하며 세트 점수 2-2로 팽팽하게 맞섰다. 승부는 3세트에서 갈렸다. 한국이 연속으로 8점을 쏘며 흔들린 사이 인도는 8점, 9점, 10점을 기록해 55-51로 세트를 따냈다. 세트 점수 4-2로 앞선 인도는 마지막 4세트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한국은 4세트에서 54점을 기록했다. 인도도 처음에는 53점으로 집계됐지만, 키르티의 첫 번째 화살이 8점에서 9점으로 정정되면서 최종 점수는 54점이 됐다. 세트 무승부가 확정되면서 인도는 5-3으로 승리했고, 한국의 8회 연속 우승 도전은 막을 내렸다.
한국 선수들은 오랜 우승 기록이 끊긴 아쉬움에 눈물을 보였다. 오예진은 “슛오프까지 가기를 바랐다. 우리는 슛오프에 강하기 때문에 정말 우승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윤지도 “7회 연속 우승 기록을 끝내게 돼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결과로 인도는 세계최강 한국의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앞으로 아시안게임 뿐만 아니라 올림픽에서도 인도가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다. 반세기 동안 라이벌이 없었던 한국이 이제 인도의 거센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됐다. 어려운 환경에서 중고 활로 훈련을 이어온 천재소녀 쿠쿰은 아시안게임 정상으로 자신감까지 하늘을 찌르게 됐다.
비록 은메달에 그쳤지만 한국양궁이 몰락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세계최강의 실력과 선수층을 갖고 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