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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줄 알았던 경영권 분쟁…한미약품 2년 9개월째 갈등, 왜

중앙일보

2026.10.03 16:00 2026.10.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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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사진 한미약품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사진 한미약품

창업주 별세 이후 불거진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구조 갈등이 2년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형제 측의 경영 일선 퇴진으로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형제 측을 물러나게 했던 송영숙 회장 측과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의 연합에서도 균열이 드러났다. 어느 쪽도 압도적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일 송 회장 측은 신 회장을 상대로 낸 600억원 규모 위약벌 청구를 전날 서울중앙지법이 기각한 데 대해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과 ‘4자 연합’을 맺은 송 회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라데팡스파트너스의 자회사 킬링턴유한회사는 지난해 9월 신 회장이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 추진에 찬성했다가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주주간계약을 어겼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첫 이사회 결의가 서울성모병원 협력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인 만큼 이후 사업을 재검토한 것을 계약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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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편에서 모녀 편으로…4자 연합도 균열

한미그룹 지배구조 갈등은 2024년 1월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고(故) 임성기 창업주 별세 뒤 부과된 5400억원대 상속세 부담이 배경으로 거론됐다. 장남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통합을 반대하면서 이른바 ‘모녀 vs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번졌다.

당시 임 창업주의 고향·고교 후배이자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대주주였던 신 회장은 형제 측에 힘을 실어줬다. 그해 3월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승리하면서 OCI와 통합은 무산됐다.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왼쪽),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2024년 3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왼쪽),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2024년 3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동맹은 오래가지 않았다. 넉 달 뒤 신 회장은 송 회장 모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사들이며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당시 신 회장은 형제 측에 대한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라데팡스파트너스가 합류해 4자 연합이 형성되면서 지난해 2월 형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분 구도는 계속 움직였다. 신 회장은 올해 두 차례 임종윤 회장 측 지분을 사들이며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35.1%(한양정밀 지분 포함)까지 늘렸다. 차남 임종훈 대표가 모녀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형제의 행보도 갈렸다.

신 회장 측은 이번 판결 이후에도 4자 연합은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송 회장 측은 주주간계약 유지 여부에 대해 “현재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회사 안팎에서 각종 의혹과 논란도 잇따랐다. 전직 임원 3명이 신 회장과 장남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자 신 회장 측은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송 회장 일가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도 제기됐지만 한미 측은 부인했다. 북경한미에서는 임종윤 회장이 지배하는 코리그룹 계열 유통사 룬메이캉의 장기 미회수 매출채권 문제가 제기돼 한미약품이 외부 특별감사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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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갈등 쉽게 안 끝날 듯”

한미약품 전직 고위 관계자는 “분쟁이 일단락되지 않았으니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가족 간 경영권 갈등 역시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창업주 생전에 지분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점을 반복된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또 다른 한미 전직 임원은 “지분 다툼이라는 게 끝이 있겠느냐”며 “창업주 일가와 외부 대주주가 각각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데다 장남은 독자 사업을 하면서 지분을 처분하는 상황이라 단기간에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이 2024년 3월 25일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열린 OCI그룹 통합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이 2024년 3월 25일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열린 OCI그룹 통합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갈등 속에서도 신약 개발 성과는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미국 일라이릴리와 제넨텍에 신약 후보물질을 각각 최대 12억6000만 달러, 23억 달러에 기술수출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분쟁이 장기화해 신약 개발이나 재무 성과를 덮어버리면 시장의 신뢰를 잃고 불확실성이 큰 회사라는 불안감을 줄 수 있다”며 “이사회와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은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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