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감시’ 도청앱으로 12만건 녹음...대법, 앱 운영자에 징역 7년 확정
중앙일보
2026.10.03 17:00
배우자의 외도 사실 입증을 위한 증거를 수집하다가 오히려 형사 소송의 피의자로 몰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챗GPT
배우자 감시용 불법 도청 앱(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며 타인간 통화 약 12만건을 녹음한 대표가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피고인 A씨는 도청용 앱의 운영사 대표다. 이 앱은 미성년 자녀 관리용이라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흥신소와 연계해 배우자 감시 용도로 활용됐다. 광고 문구도 ‘상간녀 소송’· ‘바람난 남편’ 등이었다.
A씨는 흥신소 사장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소개비 명목으로 골프비·밥값을 대신 내 주고 영업을 맡기기도 했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동의 없이 약 980명의 실시간 위치를 제공해 약 34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일반적인 앱이 가족, 연인, 배우자의 상호 동의 하에 위치추적 기능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매니저아이’는 감시 대상의 휴대폰에 앱 아이콘이 나타나지 않아 휴대폰 주인으로서는 앱이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게 해 뒀다.
또 GPS 위치 추적뿐만 아니라 통화 내용, 수·발신 메시지를 실시간 전송할 수 있게 했다. 이용자는 3개월에 150만원 등 사용료를 지불하면 ‘부모용’ 앱으로 ‘아이용’ 앱을 깔아 둔 상대방 휴대전화의 마이크와 녹음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었다.
A씨 등 3명은 타인간의 대화 약 12만건을 녹음하는 데 공모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됐다. 데이터를 훼손·변경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하고 980명의 개인위치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한 혐의(정보통신망법·위치정보법 위반)도 있다.
재판에서는 불법도청 앱 운영자가 구매자와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A씨는 “앱의 사용 여부와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구매자의 판단과 재량에 따른 것”이라며 자신은 공범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대표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약 19억7400만원의 추징도 명했다. 함께 기소된 직원 2명도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하고 개인정보를 수집·제공하는 한편 구매자들과 공모해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까지 했다”며“사건 범행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피고인들이 항소했으나 2심 판단도 1심과 같았다. 재판부는 A씨가 ‘도청’ 용도의 앱을 구매자들에게 고액에 판매하면서 설치 방법이나 사용법을 설명한 점, 도청 파일이 저장되는 서버를 관리한 점 등을 들어 A씨가 구매자들의 범죄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도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