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체육 수업 중인 서울 덕수초 운동장에 트럭이 나오고 있는 모습. 화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작업자가 골대를 치우고 있다. 뒤쪽엔 운동장에 설치된 실내온실과 비닐하우스. 덕수초비대위
서울 도심 한복판 초등학교 운동장 일부가 정부의 화훼 관리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이를 두고 학생의 안전과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는 학부모 측과 행정당국 간 갈등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정동의 덕수초 학부모와 동문들은 7월부터 매주 수요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오는 2027년 2월까지 교내 화훼시설을 철거해달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덕수초운동장되찾기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결성했다.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1912년 설립된 덕수초의 현재 재학생은 326명이다. 총 4846㎡ 넓이의 이 학교 운동장 부지는 행정안전부(행안부)의 소유로, 학교는 서울 중부교육지원청을 통해 이를 무상 대여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 운동장의 4분의 1에 이르는 1240㎡의 면적엔 행안부가 관리하는 유리 온실과 비닐하우스가 있다. 도보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정부서울청사의 조경용 화훼를 관리하는 시설이다.
비대위 측은 수업 중 운동장에 관리용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작업 인력이 학교를 출입해 학생 안전과 학습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책 비대위원장은 “지난 4월 체육 수업 중에는 예고 없이 트럭이 운동장에 나와 작업자가 골대를 치우는 일이 있었다"면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100여명이 모인 교내 행사 중에 트럭이 사람들 뒤로 지나다니는 상황도 있었다”고 전했다.
비대위 측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화훼시설에 학생들에게 알레르기나 피부 자극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는 화학물질이 포함된 농약이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행안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월 학교와 협의해 오전 7~8시, 오후 5~6시, 주말 등 학생들이 운동장을 이용하지 않을 때만 관련 차량 통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2028년 이후 화훼관리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학교와 학부모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박수민 교장은 “교내로 통하는 출입문이 여러 곳이라 학교가 신분이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작업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교사들 역시 상시적인 안전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폐교 부지를 활용해 화훼시설을 옮기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며 “학교 안전 정상화를 위해 관계 기관과 협력해 조만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