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의 총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국방력 강화를 내건 집권 연합명단(AS)이 압승했다. 동시에 러시아계 유권자를 적극 공략하며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판적인 정당들도 나란히 10%가 넘는 득표율을 얻었다. 우크라이나전쟁이 4년 넘게 이어지면서 러시아를 바라보는 라트비아 내부의 균열이 심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라트비아 총선이 치러진 3일(현지시간) 수도 리가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안드리스 쿨베르그스 총리가 자신이 이끄는 연합명단(AS)의 선거 행사장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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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득표·42석…2022년 15석에서 크게 늘었다
라트비아 공영방송 LSM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은 4일 99.4% 개표율을 기록한 상황에서 안드리스 쿨베르그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 성향 연합명단이 35%대 득표율로 전체 100석 가운데 42석을 확보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2년 총선 당시 11%를 얻어 15석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의석을 크게 늘린 것이다.
2·3위는 러시아계 유권자의 표심을 적극적으로 파고든 정당들이 차지했다. 러시아계 유권자를 적극 공략한 라트비아우선당(LPV)은 13.1%를 얻어 17석을, 친러 성향의 주권의힘·신라트비아인연합은 11.8%로 15석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다. 양 측 모두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에 비판적이지만, 주권의힘은 지원 중단을 주장하는 등 보다 뚜렷한 친러 노선을 드러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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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 정당과 협력 안 해”…기존 연정 복원 나선 쿨베르그스
쿨베르그스 총리는 선거 직후 이들과 거리를 뒀다. 그는 “우리는 친러시아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며 “러시아와 어떠한 경제 관계도 우리를 약하게 만들고 러시아가 이를 악용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확실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연합명단은 국민연합과 신통일당 등 기존 연정 파트너들과 우선 연정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연합명단 42석에 국민연합 10석만 더해도 과반인 51석을 넘길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핵심 쟁점은 역시 러시아 문제였다. 인구 약 180만명의 라트비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 러시아·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했고 쿨베르그스는 이번 선거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대드론 방어망 강화, 국내총생산(GDP) 5% 수준 국방비 지출 유지 등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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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침범에 연정 붕괴…총선에도 영향 미친 러시아 변수
실제 러시아와 긴장은 라트비아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 드론의 라트비아 영공 침범 대응을 둘러싼 갈등으로 에비카 실리냐 당시 총리의 연정이 무너졌고 쿨베르그스가 총리에 올랐다.
라트비아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1일(현지시간) 리엘바르데 인근 군 공군기지에 독일 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가 배치돼 있다. 라트비아는 총선 기간 영공 방어 강화를 위해 나토 임무의 일환으로 독일 전투기 지원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후 4개월 만에 실시된 총선에서 쿨베르그스 총리가 40석 이상 의석을 확보한 건 친우크라이나·대러 강경 노선에 원동력이 될 만하다. 그럼에도 라트비아우선당과 주권의힘이 합쳐 30석 넘게 차지하면서 러시아어 사용 인구를 중심으로 한 반대 목소리도 간과하기 어려워졌다.
러시아와 긴장 수준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이 러시아 석유시설을 공격하는 우크라이나 드론에 영공을 열어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위권 행사 가능성까지 거론해왔다. 라트비아에는 이번 총선 기간 영공 방어를 위해 독일의 유로파이터 전투기 4대가 나토 임무를 명목으로 배치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