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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3억 시계 받은 건 팩트”…진보성역 건든 한동훈 ‘노림수’

중앙일보

2026.10.04 01:43 2026.10.04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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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D-1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D-1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금품수수 혐의를 둘러싸고 느닷없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누구도 ‘노무현 본인 또는 가족이 스폰서 박연차(전 태광실업 회장)로부터 3억 피아제 시계, 수십억 불법자금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란 말에 반박 못 한다”며 “도망가는 민주당에 묻는다. 사실입니까. 아닙니까”라고 썼다.

한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을 정쟁의 복판에 끌고 들어 온 것은 검찰 폐지를 하루 앞둔 지난 1일부터다. 국회에서 ‘검찰폐지, 내일부터 지옥문이 열린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 그는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노무현 신화를 만들고 주입한 극단적 결말이 검찰 폐지”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지난 1일부터 나흘 동안 이와 관련한 주장을 페이스북에 30여 건이나 올리며 더불어민주당에 싸움을 걸고 있다. 지난 2일 조계원 대변인이 “검찰조차 부정한 ‘논두렁 시계’가 본질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하자, 한 의원은 “논두렁에 버렸는지, 부숴버렸는지 (관계 없이) 받은 것은 팩트”라고 반박했다. “비열한 정치적 부관참시”란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의 비판엔 “20년 간 나라 망쳐온 노무현 피해자 신화를 극복해야 미래가 있다”고 맞대응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이 3일 “당시 수사의 대상이었거나 변호인이었던 저도 어느 정도까지 사실인지 알지 못한다. 팩트를 분명하게 보여주시면 책임지겠다”며 한 의원을 겨냥했을 때도, 그는 “곽 의원 부부가 미국 뉴저지에 구입한 아파트 대금 일부를 박연차로부터 받은 것이 팩트 아닙니까”라고 받아쳤다.

2009년 검찰 수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진보 진영에선 그의 혐의를 들추는 일은 금기시되어 왔고, ‘검찰 개혁’은 이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모든 민주당 후보들의 핵심 어젠더였다. 한 친한계 인사는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북한 지뢰 사고, 검찰청 폐지 등 여권의 겹악재에도 국민의힘의 투쟁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한 의원이 여권의 성역을 직접 타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4월 당시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으로 뽑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당선인이 14일 경남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곽 당선인은 국회의원 당선증을 노 전 대통령 곁에 놓고, '사람사는 세상'이란 뜻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뉴스1

2024년 4월 당시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으로 뽑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당선인이 14일 경남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곽 당선인은 국회의원 당선증을 노 전 대통령 곁에 놓고, '사람사는 세상'이란 뜻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뉴스1

한 의원의 공세는 여권의 분열과 야권 내 입지 확보를 위한 양수겸장의 포석이라는 게 한 의원 주변의 설명이다. 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살아있는 노무현을 가장 공격했던 민주당 정치 세력들이 죽은 노무현을 이용한 허구의 프레임을 만들어 검찰 폐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매몰차게 외면 했던 게 민주당의 주축 인사들”이라며 “한 의원이 때리면 때릴수록 여권 내부는 동요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인사는 “‘노무현 신화’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갈망해온 강성 지지층에서 한 의원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노 전 대통령 사건을 쟁점화하며 강성 지지층에 차기 보수 주자란 점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지지층 내의 분위기 변화가 한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 문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친한계의 기대다.

하지만 한 의원의 강수가 장점으로 평가돼 온 중도 확장성을 훼손하는 역효과를 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한 의원이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 낙마 사태에 이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주도하면서 옛 정치 검사 이미지가 더욱 강해진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마이너스”라고 했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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