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유도 48㎏급 국가대표 정수진(용인대)이 계체 탈락으로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지 못한 것이 감독의 실책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도 대표팀은 이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3일 본지에 “대표팀 감독이 정수진이 계체 대상자인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음식 섭취를 지시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면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게 마치 선수의 과실처럼 알려졌지만, 정수진은 마지막 순간까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체중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수진은 지난달 30일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첫 경기(16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일 오전 출전 선수 대상으로 실시한 랜덤(무작위) 계체를 통과하지 못해 탈락했기 때문이다. 유도는 경기 전날 출전 선수 전원으로 대상으로 공식 계체를 실시하고, 이튿날 경기 직전 체급별로 4명의 선수를 랜덤으로 선정해 한 차례 더 계체를 한다. 랜덤 계체 때는 체급의 5%까지 초과를 허용한다. 48㎏급의 경우 50.4㎏까진 통과된다. 정수진은 100g를 초과해 매트를 밟지도 못하고 돌아섰다.
유도회 관계자는 “정수진은 평소 같은 체급 선수들보다 5~6㎏ 많은 10㎏ 가까이 감량하는 선수다. 지옥 같은 감량을 통해공식 계체를 통과했는데, 이튿날 랜덤 계체에서 탈락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선수가 그토록 원했던 아시안게임 출전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겠나”라고 설명했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달 30일 공식 계체 통과 한 정수진은 1일 오전 랜덤 계체 직전까지만 해도 음식 섭취를 조절하며 계체 통과 체중인 50.4㎏를 유지 중이었다. 랜덤 계체 대상은 경기 직전 오전에 공지되는데, 여자 대표팀 감독은 정수진이 계체 대상이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계체 대상 명단은 장내 방송과 선수 대기장소인 웜업장에 A4 용지 2장 분량으로 게시된다. 선수가 몸을 푸는 동안 감독 또는 코치가 게시물을 확인한 뒤, 선수에게 알렸다. 계체 대상이 아닌 경우엔 감독 지시하면 선수는 음식 섭취를 시작했다.
정수진에 따르면 그는 두 차례나 확인했으나, 돌아온 건 계체 대상이 아니니 밥을 먹고 회복하라는 감독의 지시였다. 허기를 참았던 정수진은 죽 300g, 바나나 200g, 이온음료 600g을 섭취하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랜덤 계체 종료 15분 전 정수진이 계체 대상자였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정수진은 먹은 것을 토하고, 머리카락도 잘랐으나 체중을 되돌리기에 15분은 짧은 시간이었다. 정수진은 3분만 더 달라고 주최측에 빌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수진은 “한국에 돌아가면 본인들(감독, 코치)이 책임을 지겠다는 말만 하고 다른 선수들을 지도했다. 유도회측도 이 사실을 바로 알리지 않아 개인 부주의로 계체에서 탈락한 것처럼 언론에 알렸다”고 하소연했다. 정수진은 “4일 오전 귀국하며 정성숙 감독이 저에게 이대로 마무리 되어야 조용히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한국 유도를 망신시킨 계체 탈락한 선수로 낙인 찍히며 온전치 않은 정신 상태로 운동을 계속 이어가는 것보단 제 입장을 확실히 밝히며 억울한 부분을 해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성숙 감독은 실수를 인정했다. 대한유도회는 이달 중으로 감독과 선수로부터 경위서를 받고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