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유난히 엄격한 완벽주의자가 암에 걸리면 예상치 못한 벽을 마주한다. 정답이 없는 문제인데, 답을 찾기 위해 집착하게 된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정유진(47) 서울나솔마취통증의학과의원 원장이 그랬다. 의사이기에 암은 환자 탓이 아니며, 때론 사고처럼 온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이 자궁경부암 환자가 되고 나니 달랐다.
‘언제 감염된 걸까’ ‘어떻게 해야 피할 수 있었을까’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 헤맸다. 살아온 삶이 그랬다. 공부든 일이든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높은 기준을 세우고 이를 맞추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였다.
그런 그에게 암은 난생처음 겪은 난제였다. 끝내 결론에 닿지 않는 질문은 결국 자책이 돼 돌아왔다.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편견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조차 ‘자궁경부암은 문란한 성(性)생활로 걸린 것’이라는 시선이 두려웠다.
정유진 서울나솔마취통증의학과의원 원장이 '뉴스 페어링'과 인터뷰하는 모습. 김경록 기자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은 건 2019년 4월 만 40세였다. 불과 5개월 전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었던 데다 자궁경부암 예방주사인 가다실 접종도 받았으니 자신이 암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이미 자궁경부는 물론 림프샘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평생 의학을 공부했지만 환자가 되고 보니 일상생활에서 써먹을 건 많지 않았다. 암 환자에게 좋은 식단, 운동 등 생활수칙은 논문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은 곳은 자궁경부암 환우 카페였다. 다른 환자들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수술 후 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샅샅이 읽고 분석했다.
이곳에서도 모범답안은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그래도 답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남들이 좋다는 것은 직접 해보고 몸으로 확인했다. 그렇게 하나씩 부딪치며 얻은 것들이 쌓여 어느새 자신만의 회복법이 됐다. 완전 관해 판정을 받은 날, 가장 먼저 한 일은 5년간 600번 넘게 드나들었던 환우 카페에 ‘드디어 졸업장 받았다’며 글을 남긴 것이었다.
Q : 가장 힘들었던 점은요?
A : 자궁경부암은 고약해요. 병이라는 건 노력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닌데도 자꾸 자기 탓을 하게 돼요. 한동안 눈을 뜨면 ‘난 이래서 이 병에 걸린 거야’로 하루를 시작했거든요. 자궁경부암은 성병이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암 환자라곤 말을 해도 자궁경부암이라고는 말하기 꺼리게 된다는 사람들도 많고요.
Q : 수술 후유증도 꽤 오래 갔다면서요.
A : 제가 수술 후 소변을 못 봤거든요. 그게 얼마나 수치스럽고 공포스러운지요. 퇴원하고도 소변줄을 끼운 채 몇 달을 지냈어요. 당연히 그 좋아하던 일도 그만뒀고요. ‘소변도 제대로 못 보는데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내가 앞으로 사회생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으로 번졌어요.
암 판정 1년 전 놓쳤던 이 신호
Q : 어떻게 건강검진 다섯 달 만에 자궁경부암 2기까지 진행됐을까요. 돌이켜보면 당시 이상했던 점이 있을까요? 경험자로서 ‘이러면 병원에 가라’는 신호가 있다면요?
A : 애매한 복통이 지속적으로 있었습니다. 생리통 같은 느낌이었어요. 갑작스러운 피로감도 있었고요. 그땐 암 신호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특히 암 진단 1년 전부터 생리가 불규칙했어요. 원래도 불규칙했지만 그 속에 규칙은 있었는데, 그것마저 흔들렸어요. 또 소변 볼 때 따끔따끔하고 시원하지 않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단순 염증인가 보다 하고 넘긴 게 문제였어요. 자궁경부와 방광이 가까우니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말이죠.
Q : 그 1년 사이 힘든 일이나 변화가 있었나요?
(계속)
“그때 가장 후회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검진도 예방접종도 챙겼던 의사가 암 진단 1년 전 ‘하지 말 걸’ 후회한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또 자궁경부암 조기 신호를 놓친 최악의 실수도 털어놨다.
그는 자궁 적출 수술 후에는 회복을 위해 식단부터 다시 짰다.
삼계탕·장어탕도 먹어봤지만, 회복기에 그가 챙긴 건 ‘이 고기’와 밥 대신 도시락에 담은 ‘이것’이었다.
암 진단 전 가장 후회한 행동과 자궁경부암을 극복하며 챙긴 음식의 정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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