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부정선거론’이 횡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체류자와 비시민권자가 투표에 대거 참여해 선거 결과를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이유로 현행 투표제도를 뒤흔들려 하고 있는데,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연방정부의 새로운 우편투표 규정이다.
현재 대부분의 주 정부 선관위는 우편투표를 허용한다. 주 정부가 만든 투표용지에 기표하고, 봉투를 밀봉해 일정 기한 안에 우체통에 넣으면, 선관위에 배달되어 선거일에 함께 개표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우편투표용지는 새로운 규격의 봉투에 개별 바코드를 인쇄하고, 연방 온라인 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우정국(USPS)은 바코드가 인식되지 않으면 투표용지 배달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새 규정은 ‘벼락치기’로 부실하게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USPS에 전국적인 우편투표 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USPS는 한 달도 안 돼 세부 규정을 만들었다. 연방대법원 심리가 열리던 9월 3일, 새로운 우편투표 온라인 시스템은 아직 정상 가동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선거관리 담당자 교육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노스캐롤라이나, 앨라배마, 위스콘신주는 이미 투표용지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새 규정이 그대로 시행됐다면, 수백만 명의 투표용지가 ‘배달 거부’ 사태를 맞을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연방대법원은 최근 심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우편 투표 규정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짧게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USPS가 본안에서 이길 가능성이 작다. 둘째, 선거를 앞두고 새 규정을 허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돼 성향인 브렛 캐버노 대법관조차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소송을 제기한 ACLU(미국시민자유연맹)와 여성유권자연맹, OCA 등이 제기한 소송의 핵심 논리는 명쾌하다. “미국 헌법은 연방선거 관리의 일차적 권한을 주 정부에 부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행정명령 하나로 이를 바꿀 수 없고, USPS 역시 의회 승인 없이 적법한 선거 우편물의 배달을 거부할 수 없다. 권력 분립의 당연한 기본 원칙이다.
더구나 한인 등 아시아계 유권자들에게 우편투표 문제는 절실하다. AAJC(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의 니야티 샤 디렉터에 따르면 아시아계의 우편투표 이용률은 전국 평균의 약 두배에 달한다. 언어 장벽이 있는 이민자 유권자, 이동이 어려운 시니어와 장애인 등에게 우편투표는 선택지가 아니라 유일한 통로다. 복잡한 바코드 시스템과 새로운 연방 온라인 등록 절차가 이 통로를 막는다면, 가장 먼저 탈락하는 것은 한인 등 아시아계 유권자가 될 수도 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최종 판단이 아니다. 임시조치일 뿐이다. 트럼프의 행정명령과 USPS 규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본안 소송은 앞으로 계속된다. 대통령과 연방 기관이 주 정부 선거 관리권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그 경계는 아직 그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오는 11월 선거에는 우편투표가 예정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투표권을 가진 한인들은 11월 선거에 빠짐없이 투표하자. 사전투표 또는 선거 당일 투표도 좋지만, 직장 일과 개인사로 바쁘다면 우편투표를 고려해볼 만하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유권자는 10월 19일까지 유권자 등록을 마쳐야 하고, 이사한 경우 주소 업데이트가 필수다. 우편 투표용지를 받은 뒤에는 서명과 봉인 절차를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우편투표 참여자는 각 주 정부의 ‘Where’s My Ballot?' 웹사이트를 통해 접수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