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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제보가 기사로, 보도는 변화로

Los Angeles

2026.10.04 18:01 2026.10.0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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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사회부장

장열 사회부장

도무지 영문을 몰랐다.
 
아무런 이유 없이 “코리안들 꺼져(Koreans, Fxxx off)”라는 욕설을 들어야 했다. 한동안 남가주 골프장에서 타인종 골퍼들로부터 이런 비하 발언을 들었다는 한인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지난 2024년, 그 이유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LA 지역 유명 골프 코치이자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인 데이브 핑크(채널명 데이브 핑크 골프스)가 골프장 티타임을 부당 선점해 이득을 챙기는 한인 브로커들의 행태와 통화 녹음 등을 영상으로 공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본지의 한인 브로커 티타임 싹쓸이 논란 보도는 그렇게 시작됐다. ‘김 실장’ 등 익명의 아이디 뒤에 숨은 브로커들의 실체를 밝히는 동시에, 한인 사회에 덧씌워진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잡는 일도 시급했다.
 
당시 브로커 논란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핑크가 브로커와 주요 고객들을 한인으로 특정하면서 사안이 자칫 인종 혐오로 비화할 뻔 했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등에서도 한인들을 도매금으로 묶어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다.
 
본지 보도와 함께 남가주 골프 동호회 SDGC의 조셉 이 회장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핑크가 영상 내용을 수정하고, SDGC 회원들과 함께 브로커들의 불법 행태를 다시 제대로 폭로한 것도 그 무렵이다.
 
본지는 이 과정에서 불법 브로커 문제를 영문으로도 기사화했다. 곧 LA시 골프장 관리 당국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사 방침을 밝혔다. LA타임스 등 주류 언론 역시 본지 보도를 기점으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파장은 컸다. LA시 소유 12개 공영 골프장을 운영·관리하는 LA시티골프는 티타임 예약 개시 시간을 무작위로 변경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정한 시각에 예약이 열린다는 점을 악용해 매크로 프로그램(봇)으로 티타임을 선점하던 한인 브로커들의 발을 묶기 위한 조치였다.
 
LA카운티 정부도 나섰다. 티타임 재판매를 차단하기 위해 예약 시 보증금 제도를 도입했다. 이 회장과 SDGC는 브로커들의 불법 활동을 방치한 LA시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까지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사안이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자 LA시검찰도 나섰다. 이어 연방검찰과 국세청(IRS)이 1년간 합동 수사를 펼쳐 문제의 한인 브로커들을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수년간 수천 건의 티타임을 독점한 뒤 수수료를 붙여 되팔아 온 일당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본지의 지속적인 보도와 검찰 수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티타임 판매를 이어가던 김세연(영어명 스티브·42)씨와 쌍둥이 형제 김희연(영어명 테드·42)씨는 지난달 29일 결국 허위 세금보고 및 탈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징역형에 처할 위기에 놓여있다.
 
 가주 정부도 티타임 브로커 영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티타임 재판매를 금지하는 법안(AB 1954)에 서명하면서, 브로커 행위를 직접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한인 언론은 한인들의 삶과 역사를 기록한다. 나아가 주류 사회가 소수계의 현안을 외면하지 못하도록 경종을 울리는 파수꾼 역할을 수행한다. 한인의 권익을 대변하고, 곪아 가는 사회적 병폐를 공론화해 피해를 예방한다. 한인 사회에 억울하게 덧씌워진 편견을 바로잡는 일도 마찬가지다.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서 모든 소수계 커뮤니티가 자신들의 언어와 시각으로 권익을 주장할 수 있는 자국어 언론을 가진 것은 아니다. 만약 한인 언론의 보도가 없었다면, 주류 매체들은 한인 티타임 브로커들의 위법 행위를 한인 사회 전체 문제로 묶어 매도했을지도 모른다.
 
수년간 이어져 온 티타임 브로커 문제를 근절할 수 있었던 것은 한인 언론의 역할과 문제를 바로 잡고자 힘을 모아준 한인 제보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실이었다.
 
이번 성과는 한인 사회가 목소리를 대변해 줄 언론을 곁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장열 /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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