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콘신대 그린베이 캠퍼스는 위스콘신주 공립대 시스템 최초로 졸업학점을 120학점에서 100학점으로 줄여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생은 3년 반 만에 학위를 딸 수 있게 됐다.
캘스테이트 대학(CSU)은 지난 5월 22개 전 캠퍼스에 3년제 도입을 승인했고, 매사추세츠, 노스다코타, 노스캐롤라이나 공립대 시스템까지 가세하면서 전국 90여 개 대학이 이 흐름에 올라탔다. 그중 60곳가량은 ‘칼리지 인 3(College in 3)’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실제 학위 과정을 운영 중이다.
단축 열풍의 배경은 단순하다. 바로 돈이다. 2000년 이후 미국의 대학 등록금은 두 배 넘게 뛰었고, 2025~2026학년도에도 전년 대비 3% 이상 올라 공립대 평균 1만 1371달러, 사립대 4만 4961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주거비와 식비까지 더하면 대학 생활 1년을 통째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메리맥 칼리지와 서퍽대의 시범 프로그램을 승인하며 “졸업 비용 부담을 낮추고 노동시장에 필요한 기술을 더 빨리 습득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등록금 1년치와 생활비를 아끼는 동시에 그만큼 일찍 임금을 받기 시작한다는 이중의 이득까지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 줄어든 1년이 정말 ‘남는 시간’이었느냐는 것이다.
3년제 프로그램 대부분은 일반교양과 선택과목을 쳐내는 방식으로 학점을 압축한다. 전공과 무관한 강의, 복수전공, 해외연수 같은 곁가지들이 가장 먼저 잘려 나간다.
하지만 이런 곁가지들이 정말 곁가지였을까. 심리학 전공생이 데이터 사이언스를 부전공하다가 진로를 바꾸고, 공대생이 미술사 세미나에서 새로운 설계 발상을 얻는 일은 드물지 않다.
미국대학교수협회(AAUP)가 지난 6월 성명에서 “속도에만 집중하면 학생의 폭넓은 지적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AUP는 학사학위가 노동시장 진입을 앞당기는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되며, 학생이 깊이 있는 학습과 폭넓은 지적 발전을 경험하고 교수·동료와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구나 지금은 AI가 초급 기술 업무를 빠르게 대체해 가는 시기다. 한 가지 전공 기술에만 능숙한 인재보다 비판적 사고와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 서로 다른 분야를 엮어 내는 융합적 사고와 적응력을 갖춘 인재를 기업들이 찾고 있다.
이런 역량은 전공 수업에서도 배울 수 있지만, 전공 밖 수업이나 연구 프로젝트, 낯선 분야 학생들과의 교류 속에서 더 자연스럽게 길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과 3년제 학위가 가장 먼저 잘라내는 부분이 정확히 겹친다.
결국 학생들은 졸업장을 1년 빨리 받는 대신, 이런 역량을 기를 기회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될 수도 있다.
물론 3년제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시스템의 피터 한스 총장 말대로 3년제는 4년제의 대체재가 아니라, 비용이나 시간 부담 때문에 아예 대학 진학을 포기했을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또 하나의 선택지일 수 있다.
3년제와 4년제 중 어느 쪽이 우월한지 가리기보다 학생 각자의 경제적 형편과 진로, 학업 목표에 맞춰 고를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얘기다.
결국 이 논쟁을 ‘비용 절감이냐 교육의 질이냐’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몰아가는 것은 온당치 않다. 대학의 마지막 1년은 그저 전공 학점을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부전공과 교양 과목, 연구 활동, 교수 및 동료와의 교류를 통해 사회와 직업 세계에 필요한 폭넓은 사고력을 키우는 기간일 수 있다.
AI가 일자리 지형을 빠르게 바꾸는 지금, 그 1년이 오히려 졸업 후 경쟁력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학사학위 단축을 서두르는 대학들은 프로그램을 설계하기 전에 한 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