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에듀 포스팅] 대학들, 기초 수학 재교육…진도·속도보다 숙달 중요

Los Angeles

2026.10.04 18:05 2026.10.04 13:4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최근 캘리포니아대학교(UC)에서는 신입생들의 수학 준비도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기초 수학 과목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UC 교수 3000명 이상이 SAT·ACT와 같은 표준화 시험을 다시 입학 평가에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요한 것은 SAT를 다시 도입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수한 고등학교 성적을 받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왜 대학 수학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기본 실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는가이다.
 
▶ 대학에서 드러난 수학의 기초 결손
 
이 문제는 UC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버드대학교도 일부 신입생들이 미적분을 배우는 데 필요한 대수학과 함수의 기초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Math MA5’ 과정을 도입했다. 일반적인 대학 수업과 달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수업하며, 개념을 다시 확인하고 문제를 반복해서 풀며 피드백을 받도록 구성했다.
 
전국적인 자료에서도 같은 경고가 나타난다. 최근 미국의 전국학업성취도평가에서 고등학교 12학년의 수학 성취도는 팬데믹 이전보다 낮아졌으며, 상당수 학생이 기본적인 수학 능력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보면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학습량 부족이 아니다. 수학은 매우 강한 누적형 과목이다. 분수와 비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대수학이 흔들리고, 대수학 I(Algebra I)이 약하면 대수학 II, 미적분학 준비 과정(Precalculus)까지 계속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전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다음 과목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 과정들을 모두 이수했다고 적혀 있지만, 실제 실력에는 곳곳에 빈틈이 남아 있는 것이다.
 
▶ 현장에서 확인한 ‘숙달’의 힘
 
나 역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매일 경험한다. 한 학생은 9학년에 들어와 기하학(Geometry)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수업을 진행하면서 Algebra I에서 배웠어야 할 기본 개념과 계산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기하학만 가르치지 않았다. 수업 중 대수학 I의 결손이 나타날 때마다 그 부분으로 돌아가 다시 설명하고 연습시켰다.
 
이후 대수학 II를 공부할 때도 새로운 내용만 진도 나가기보다 필요한 대수학 I 개념을 반복해서 복습하며 기초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현재 이 학생은 미적분학을 공부하고 있다. 가장 달라진 점은 어려운 문제를 빨리 푸는 능력이 아니다. 이제는 매 챕터의 교과서 연습문제를 성실하게 풀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틀린 문제는 다시 풀고 자신이 왜 틀렸는지를 확인한다.
 
나는 이 학생을 보며 다시 한번 확신한다. 수학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앞서가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확실하게 이해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가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수 감각, 분수와 비율을 확실히 잡고, 중학교에서는 방정식과 함수, 고등학교에서는 대수학의 기본 원리를 빈틈없이 연결해야 한다. 학교 역시 학기말 성적만으로 학생을 다음 단계로 올려 보내기보다 누적형 진단평가를 통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결손이 발견됐다면 2년 후가 아니라 그 순간 개입해야 한다. 하버드가 Math MA5에서 선택한 방법은 놀랍도록 전통적이다. 내용을 쉽게 만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 더 잦은 연습, 더 가까운 피드백을 제공한 것이다.
 
▶ 기술이 사고 과정 대신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학생들은 계산기, 온라인 숙제 프로그램, 검색엔진, 그리고 AI까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도구들은 잘 사용하면 훌륭한 학습 수단이다. 그러나 기술이 학생의 사고 과정을 대신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수학적 능력은 정답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읽고, 식을 세우고, 계산하고, 틀리고, 다시 시도하면서 형성된다. 특히 AI가 풀이 과정까지 즉시 제공하는 시대일수록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빠른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그 답에 도달할 수 있는 사고력이다.
 
수학의 위기는 대학 미적분에서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생긴 작은 학습 결손을 해결하지 않은 채 학생에게 계속 다음 단계로 올라가라고 요구한 순간부터 시작된다. 대학에서 중학교 수학을 다시 가르치는 상황을 막으려면 ‘얼마나 빨리 진도를 나갔는가’보다 ‘학생이 정말 이해하고 숙달했는가’를 수학 교육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문의: (323)938-0300  
 
GLS.school

세라 박 교장 /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