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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갈등, 이제는 부모 생전에 시작된다

Los Angeles

2026.10.04 19:10 2026.10.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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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 세대 간 자산 격차
"왜 지금 못 받나" 압박 증가
고령층 금융 착취 위험 커져
세대 간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부모의 생전에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대 간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부모의 생전에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상속 분쟁은 대개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벌어지는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자산관리와 상속 전문가들은 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복잡하고 위험한 형태로 부모 생전부터 시작한다고 우려한다.
 
고액 자산가 자문회사 스칼라 어드바이징의 스테판 샤이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상속 압박 급증의 배경으로 부모 세대가 다 쓰지 못할 만큼 자산을 보유한 점을 든다. 샤이프 CEO는 지금 세대는 부모에게 막대한 자산이 있다는 사실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최초의 자녀 세대라고 지적한다. 자녀 세대는 부모가 사망하기 전까지 자산을 손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부모 사후에 자산이 이전되는 과거의 방식 대신 자녀가 필요한 시점에 미리 자산을 이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늘고 있다.  
 
상속 압박은 부모가 가장 취약한 시기에 집중된다. 고령이나 질병, 배우자 사별, 고립감 등으로 판단력과 통제력이 약해진 시점에 자녀나 주변인이 자산 이전을 압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상속 압박의 배경에는 세대 충돌이 있다.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고령층이 다음 세대에 넘길 자산 규모는 124조 달러로 추정된다. 반면 젊은 세대는 주택 가격 급등과 생활비 상승 속에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
 
샤이프 CEO는 고객의 가족 재무 상담 회의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 이 고객은 자녀들에게 가족의 재정 전략을 이해시키기 위해 정기 재무 점검 회의에 자녀들을 참석시켰는데 회의 도중 한 자녀가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이 자녀는 어머니는 사실 이 돈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하기 시작했다. 집을 팔고 더 작은 곳으로 이사하고 자산을 미리 나눠주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도 꺼냈다.
 
샤이프 CEO는 이런 형태의 압박이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며 부모 세대는 자녀들이 이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대체로 예상하지 못한다.
 
이런 갈등 자체가 강압이나 범죄는 아니다. 하지만 부모의 선택권이 조금씩 제한을 받기 시작하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자녀가 부모의 접근을 통제하고 돌봄을 이유로 압박하고 질병이나 슬픔을 이용해 법적 문서를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지점을 넘으면 상속 압박은 고령층을 상대로 한 금융 착취 문제가 될 수 있다. 법무부는 시니어의 돈과 부동산, 자산을 부적절한 방법이나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고령층 금융 착취로 정의한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에 따르면 이런 범죄로 인한 고령층의 피해 규모는 연간 283억 달러 규모로 피해의 약 72%는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집값 급등은 갈등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집이 거주 공간을 넘어 막대한 자산이 됐기 때문이다. 집값이 너무 오르면서 엄청난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게 되자 자녀 세대는 '나는 집을 살 수도 없는데 자산이 왜 그대로 잠겨 있어야 하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자녀 세대는 '지금 나에게 이전할 방법이 없나'라고 묻기 시작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최대 19조 달러로 추산된다. 젊은 세대의 첫 주택 구매 과정에서도 부모 지원 비중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Z세대 주택 구매자의 약 80%가 부모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는 조사도 있다.
 
이런 지원은 착취가 아니다. 부모의 자산이 다음 세대의 주택 구매를 도우면서 세대 간 부를 형성하는 것은 전통적인 자산 축적 구조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주택은 언제나 가족 내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부모의 집 한 채가 자녀의 주택 구매와 학자금 상환, 은퇴 준비, 상속의 크기를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 되면서 갈등이 더 커졌다.
 
가주처럼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는 부동산이 거의 모든 고령층 금융 착취 사건의 핵심 자산이다. 각자 집에 대한 기억도 다르고 활용 목적도 다르기 때문에 집은 형제자매 간 분쟁에서 가장 위험한 자산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착취의 위험 신호로 부모의 독립성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때를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가족이나 돌봄 제공자가 취약해진 부모 옆에서 재정 결정 과정에 지나치게 개입하기 시작하면 경계해야 한다. 자녀 중에는 '모든 재산을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부모를 설득하려 하거나 집이나 상속 재산을 넘기지 않으면 요양원으로 보내겠다고 압박하는 사례도 있다.
 
고립 역시 경고 신호다. 처음에는 옆에서 전화 통화를 듣고 있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화 차단이나 셀폰 압수, 다른 사람의 방문 거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실제로 자산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집 명의에 특정 자녀를 공동 소유자로 추가하거나 유언장이나 신탁 문서를 변경하는 게 대표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자녀를 단독 수혜자와 신탁관리자로 지정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갈등을 막는 방법으로 사전 공개와 투명성을 꼽는다. 부모가 특정 자녀 한 명이 아니라 모든 자녀와 상속 계획을 공유하는 것이다. 어떤 자산이 있고 어디에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분배할 계획인지 가족 전체가 알고 있어야 한다. 부모의 판단 능력이 약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정기적인 점검과 소통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대화는 미리 해야 한다. 부모가 명확하게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결국 자녀들이 대신 결정하게 된다. 상속 자체를 아무런 감정 없이 처리하기는 어렵지만 비밀주의와 압박, 고립으로 가족 관계를 파괴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안유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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