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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모 쓰고 “군대 안 간다”는 국대…불붙은 ‘병역특례 폐지론’

중앙일보

2026.10.05 01:04 2026.10.05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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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를 만든 이민성호 이기혁이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를 만든 이민성호 이기혁이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통해 ‘금메달리스트 병역 특례’가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5일 여야 가릴 것 없이 폐지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발단은 지난 3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한국 23세 이하 축구 대표팀의 일부 선수들이 올린 SNS 게시글과 발언이었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총 16분을 뛴 박승수(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금메달 수상 직후 라커룸에서 전역 모를 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메달, 우승은 중요하지 않다. 군 면제 하나만 보고 경기했다”는 양민혁(KVC 베스테를로), “군대 안 간다”는 이기혁(강원 FC)의 경기 직후 인터뷰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애국심이나 금메달 수상보다는 병역 면제에 관심이 쏠려 있는 듯한 일부 선수들의 태도에 여론은 악화했다. 특히 병역 문제나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30대 남성 사이에서 반발 여론이 높아지자 여야는 모두 경쟁하듯 병역 특례 재검토와 폐지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5일 “현행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시대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지 성역 없이 다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근본적 재검토 필요”(4일 나경원 의원), “아시안게임 군 면제를 재고해야 한다”(4일 안철수 의원)는 주장이 나왔다.

국방부 장관을 지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5일 통화에서 “병력 숫자가 절벽에 이른 만큼 예술·체육 분야 등의 병역 특례 제도를 폐지할 때가 됐다”고 했다. 민홍철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병역 특례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일부 선수의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은 국민과 국군 장병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예술·체육 특기자를 보충역으로 분류해 사실상의 병역 면제 효과를 주는 병역 특례 제도는 1973년에 도입됐다.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이들에게 특혜를 주는 취지였다. 체육 분야의 경우 올림픽은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입상자를 체육요원으로 편입한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달라진 시대상에 맞춰 제도를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2018년 9월 1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한국 오지환(오른쪽)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9월 1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한국 오지환(오른쪽)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다른 국가와 달리 아마추어 없이 프로선수들로만 팀을 꾸리자 “아시안게임을 프로 선수의 병역 해결 통로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병무청은 대회 직후인 2018년 9월 3일 병역 특례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당시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 제안으로 올림픽·아시안게임의 한 차례 성적 대신 세계선수권대회 등을 포함한 국제대회 성적을 누적해 특례 여부를 정하는 ‘마일리지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당시 폐지론과 함께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복무 관리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반대로 2021~2022년에는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아이돌 그룹의 세계적인 인기를 계기로 이들에 대한 병역 특례 확대론이 일기도 했다. 피아노·바이올린·성악·무용·국악 등 기존 순수예술·체육 분야에 한정된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에 대중문화 예술인도 포함하자는 논의였지만, 반대 여론에 무산됐다. 2020년엔 문화훈장을 받은 이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천을 받으면 만 30세까지 입영을 연기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병역 특례 확대로 이어지진 않았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병역 특례 문제는 단순한 혜택을 넘어 공정성과 국가에 대한 의무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며 “정치권도 선수들의 철없는 발언에 부화뇌동하기보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비인기 지원 종목 등 체육 제도 전반의 개선과 함께 공론화를 심도깊게 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보름.오소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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