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의 인상은 단단하다. 작은 체구에 다부진 어깨, 흔들림 없는 눈빛. 별명도 ‘작은 거인’이다. 4일 일본 효고현 다카라즈카 골프클럽에서 열린 일본여자오픈 최종라운드는 굵은 빗속에서 치러졌다. 그래서 더 단단해 보였다.
그런 그가 울었다. 연장 세 번째 홀 버디 퍼트로 구와키 시호를 꺾은 뒤 우승 인터뷰에서 끝내 눈물을 쏟았다. 프로 통산 68승. 그는 “우승하고 울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신지애가 고등학생으로 KLPGA 투어에서 우승할 때부터 지켜본 기자도 그의 눈물은 처음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67번 우승하는 동안 그는 항상 미소천사였다.
이번 우승은 특별했다. 일본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JLPGA 투어 통산 30승을 채웠고 영구시드를 얻었다. 일본 4대 메이저를 모두 제패한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투어 사상 처음으로 완성했다. 그래도 눈물이 이런 기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신지애의 눈물은 커다란 슬픔을 위대한 에너지로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03년 11월, 중학교 3학년이던 신지애가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히자마자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마흔셋이었다. 함께 차에 탔던 두 동생도 크게 다쳐 1년 가까이 병원에 있었다. 어머니의 사망 보험금으로 빚을 갚고 남은 1700만 원이 그의 골프 밑천이 됐다. 신지애는 어머니가 남긴 선물로 골프를 했다.
그래서 신지애의 골프는 독하다. 어머니는 그의 마음속 엔진이다. 그는 훈련 때 하루 4시간만 잔다. 신지애의 겨울 캠프가 지옥훈련으로 소문이 나면서 재기를 노리는 고진영, 임희정 같은 선수들이 찾아왔다. 번아웃이 무엇인지 신지애는 모른다. 아플 새도 없다. 팔꿈치를 다섯 번 수술했지만, 아프면 빨리 고치고 근육으로 덮으면 된다고 한다.
연장전이 길어지면서 시상식은 어둠 속에서 열렸다. 캄캄한 그린 위에서 신지애가 홀로 트로피를 드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유난히 빛났던 1988년생 동기들은 하나둘 필드를 떠났다. 그는 서른여덟인 지금도 남아 홀로 완투를 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LPGA 메이저에서도 세 번이나 3위 안에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대개 위로로 하는 말이다. 신지애에게는 사실이다.
신지애는 30승을 앞두고 1년 5개월 동안 우승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겨울 기자와 만나 “2승을 남겼을 때부터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결국 이겨냈다.
그리고 울었다. 그 눈물에 무엇이 담겼는지 짐작은 해 볼 수 있다. 열다섯 살 맏딸은 어머니를 잃고도 울 틈이 없었다. 병원에 누운 동생들이 있었고, 어머니가 남긴 돈으로 골프를 해야 했다. 우승할 때마다 고마움과 죄책감이 함께 따라왔을 것이다. 그래서 멈출 수 없었지만 못했지만 영구 시드를 따 더는 증명할 것이 없어진 날, 23년 동안 미뤄 둔 울음이 비로소 터졌다. 그러니 이제 실컷 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