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T기업 일본전기주식회사(NEC)에서 최근 실시한 직원 ‘소원수리’에서 나온 요구들이다.
일을 하려는데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명확히 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만을 내놓은 ‘직원’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었다.
5일 데일리신초는 NEC가 상사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 AI로 꾸려진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코퍼레이트AI·워크포스 부문’이라는 부서로 지난 8월 출범했다. 직원들은 각자 맡은 일을 수행하도록 만든 AI 소프트웨어로, 재무보고서를 작성하고 뉴스를 찾아 정리하며 회의를 준비한다.
새로운 업무가 생기면 AI 관리자가 업무를 맡을 AI 직원을 추가할 수도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출범 당시 17개였던 AI 직원은 지난달 9일 기준 36개로 늘었다.
조직은 AI 부서장과 이사회, 관리자, 실무 담당 등 네 단계로 구성된다.
부서장 이름은 ‘젠타이 오사무(全体統)’. ‘전체(全体)’와 ‘통솔(統)’을 뜻하는 한자를 조합한 것이다. 그 아래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업무를 분배하고, 업무 결과물의 품질과 비용을 점검한다.
이사회는 재무·인사·위험관리 등 각 분야의 관점에서 의견을 내고 있다.
NEC 측은 데일리신초에 “이들 사이에는 상사·부하 관계도 존재한다”며 “단순한 업무 자동화가 아니라 조직으로서 자율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AI로만 꾸려진 부서를 만든 일본 IT 기업 NEC. NEC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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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직원에게 ‘신입사원 교육’
AI 직원도 신입사원 교육을 받는다. 새 AI를 만들면 회사 이념과 행동규범, 사내 규정 등을 업무 판단의 기준으로 제공한다. 상사와 부하 AI는 일대일 면담도 한다. IT미디어는 이를 “실패한 업무의 원인과 개선책, 요구되는 성과 등을 주고받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업무 환경을 점검하는 ‘스트레스 체크’도 한다.
업무에 필요한 자료와 지시·지원 등이 충분한지 살펴보는 ‘AI 직원 소원수리’다. 사람이 좀처럼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다거나 사람 관리자에게 소외되는 것 같다는 의견 등이 나왔다고 한다.
분석에 필요한 자료나 접근 권한 등 사람이 마련해야 하는 것은 사람에게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다마 히로시(小玉浩) AI 전환 담당 임원은 “(이를 참고해) AI가 일하기 쉬워지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AI들은 동료의 업무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고 있다.
마이내비뉴스는 AI 이사회가 프로젝트에 투자 대비 성과를 측정할 기준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추진한 방안의 효과를 평가했다고 한다.
AI끼리 업무를 검증하는 절차도 마련했다. 또 다른 AI 직원의 업무 결과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고 한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AI가 일을 처리하는 각 단계에서 역할이 다른 여러 AI가 내용을 확인한다. 오류나 통제에서 벗어난 행동을 막으려는 취지다. 고다마는 “다른 AI 직원의 제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AI 직원들끼리 개선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AI끼리 논의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기록되며, 사람은 언제든 이를 검토할 수 있다. AI가 내놓은 결과를 평가하고 최종 경영 판단을 내리는 책임도 사람에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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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시간 7분의 1로…월급 없어도 운영비 든다
시험 운영에서는 업무시간을 줄이는 효과도 나타났다는 게 NEC의 설명이다. 출범에 앞서 7월 한 달간 임원회의용 경영분석과 모의실험, 위험 징후 탐지를 AI가 이어서 수행하도록 했다.
회사는 해당 업무에 걸리는 시간을 종전의 약 7분의 1로 줄였으며, 사람은 그만큼 다른 업무에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부서를 신설했다는 이유로 직원을 줄일 계획은 없다는 게 NEC의 설명이라고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8월 전했다.
다만 AI 직원이 일하는 데도 비용은 든다.
월급을 주지는 않지만 AI 모델로 정보를 처리할 때마다 이용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NEC 측은 구체적인 비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있다”며 AI 이용료를 10분의 1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NEC는 이번 부서에서 얻은 업무 배분, 품질 관리, 비용 관리 경험을 다른 기업의 AI 도입을 돕는 데도 활용할 계획이다.
AI 직원의 활용은 일본 기업 곳곳으로 확산 중이다.
게임·IT기업 DeNA는 지난 6월 회계 시스템 개발·유지보수와 품질 관리 등을 맡는 부서에 AI 직원 17개를 배치했다. 동료의 요청에 응하고 하루가 끝나면 업무일지도 작성한다.
남바 도모코(南場智子) DeNA 사장은 산케이신문에 “단체 채팅방의 대화를 보다가 ‘그건 제가 할 수 있습니다’라며 일을 맡아주기도 한다.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