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와 기아대책이 3750명 이상의 표본 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한《한국 교회 트렌드 2027》가 출간되었다. 교회의 존재 방식과 성도들의 영적 지형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대전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명확히 경고하고 있다. 실제 본인도 교회에서 체감하는 현실이다.
이번 조사 결과가 제시한 10가지 핵심 키워드를 관통하는 시대적 흐름은 한마디로 ‘주체성의 이동’과 ‘관계의 재정의’다. 과거 교회가 제시하는 틀과 조직적 당위에 맞춰 수동적으로 따라오던 성도들이, 이제는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영적 필요를 직접 선택하고 조율하는 시대가 되었다. AI에 신앙적 고민을 묻고 성경으로 분별하는 ‘프롬프트 크리스천’, 일방적인 프로그램 대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영성 콘텐츠를 선택하는 ‘DIY 신앙’의 등장은 교회가 더 이상 영적 공급의 독점자가 아님을 보여준다.
동시에 성도들은 직분이나 조직적 중책이 주는 중압감을 내려놓고 ‘노 타이틀 성도’로 남아, 과도한 간섭 대신 자율성이 보장되는 ‘느슨한 공동체’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영적 냉담이나 방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디지털의 피로감 속에서 역설적으로 깊은 오프라인 묵상과 현장 교제를 갈망하는 ‘아날로그 영성’, 그리고 추상적 명제보다 내 삶의 고단함에 말씀이 답을 주는 ‘리얼리즘 설교’에 열광하는 현상은, 이 시대 성도들이 본질적이고 진정성 있는 신앙에 그 어느 때보다 목말라 있음을 반증한다.
이러한 흐름은 태평양 건너 미주 한인 교계에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바쁜 이민 생활, 긴 출퇴근 거리, 1.5세와 2세로의 세대교체, 그리고 1세대 목회자와 중직자들의 대규모 은퇴라는 ‘대은퇴 시대’를 맞아, 과거와 같은 조직 유지 중심의 목회 방식은 급격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미주 한인교회도 겉치레와 세 과시를 내려놓고 구체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첫째, 소그룹과 사역 구조의 유연화다. 3040 세대나 이민 초년생들에게 무거운 직분과 매주 반복되는 집회 참석을 강요하기보다, 프로젝트형 T/F 사역제나 취미·관심사 기반의 다층적 소그룹을 도입해 참여의 턱을 낮춰야 한다.
둘째, 삶의 현장에 밀착한 ‘리얼리즘 목회’다. 이민 신분, 비즈니스의 어려움, 가정 갈등, 인종 간 장벽 등 이민자의 실제 삶의 질의에 답하는 설교와 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혼·한부모·싱글 가구 등 다양해진 가구 형태를 품어주는 ‘두 번째 가정’으로서의 포용적 사역과, 노방전도 대신 이민 정착 지원이나 지역사회 봉사로 복음을 삶으로 증명하는 ‘전도 리포메이션’이 시급하다.
셋째, 고밀도의 차세대 사역과 세대교체다. 청년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 대형 집회 위주의 사역에서 벗어나 1:1 라이프 멘토링과 깊이 있는 영성 훈련으로 전환해야 하며, KM(한국어권)과 EM(영어권)의 유기적 소통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리더십 승계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교회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우리 미주 한인 교회가 ‘건물과 조직의 유지’를 넘어 ‘성도의 삶을 세우는 진정한 공동체’로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