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입소문 손님 몰려 조용한 주택가 주말마다 북적 정부 허가에도 HOA 걸림돌 이웃 배려해 폐업 새 매장 물색
(오른쪽) 부부가 집 뒷마당에 정성껏 마련한 도토리카페에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정씨가 일하는 모습. 아래 사진은 선 박·대니얼 정 부부. [인스타그램, 샘물교회 웹사이트 캡처]
한인 부부가 집 뒷마당에 차린 작은 홈카페가 예상 밖의 인기를 끌었지만 두 달 만에 문을 닫았다. 손님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찾아와서였다.
최근 LA타임스는 한인 대니얼 정씨와 선 박씨 부부가 지난 4월 라미라다 자택에 문을 연 ‘도토리 커피 로스터(Dotoree Coffee Roaster)’의 사연을 소개했다.
2000년 서울에서 이민 온 부부는 가족이 함께 일하며 이웃과 손님들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수개월 동안 카페를 준비했다. 이름도 그런 마음을 담아 ‘도토리’로 지었다. 작지만 자라 누군가에게 양분이 되는 도토리처럼 사람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되길 바랐다. 정씨는 직접 원두를 볶아 커피를 내렸다. 박씨는 바나나 프렌치토스트와 베이글 등 한국식 베이커리에서 착안한 음식을 만들었다.
뒷마당도 부부가 손수 꾸몄다. 나무 의자와 평상을 만들고 큰 파라솔을 세웠다. 일반 카페보다는 한인 가정집 마당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한 분위기가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정씨는 “20년 넘게 교회 사역을 해왔지만 좋은 커피가 목사보다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문을 연 지 2주 만에 수십 명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방문객들은 도토리를 ‘LA 인근에서 가장 아늑한 곳’, ‘작은 한국’이라고 소개했다. 라미라다뿐 아니라 LA와 오렌지카운티 각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늘었다.
집 뒷마당의 작은 카페는 금세 지역 명소가 됐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평소 조용하던 주택가 도로가 주말마다 차량으로 붐볐다. 맞은편 주민 마이클 웡은 “도로변 주차 공간이 차량으로 꽉 찼다”며 “특히 토요일 아침이면 차들이 몰려 주택가가 북적였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집 앞 우편함 주변에 ‘주차 금지’ 표지판까지 세웠다.
도토리는 무허가 업소가 아니었다. LA카운티가 허가하는 ‘소규모 가정 주방 사업(MEHKO)’ 자격을 받아 운영했다. MEHKO는 주민이 집에서 소규모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주당 식사 판매량을 90개로 제한하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걸림돌은 주택소유주협회(HOA) 규정이었다.
지난 6월 HOA는 주택은 주거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영업 중단을 요구했다. 카운티 측은 정씨에게 영업을 이어갈 방법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부부는 법적 다툼까지 벌이며 장사를 계속하기보다 이웃과의 갈등을 피하는 쪽을 택했다. 자신들의 카페 때문에 이웃들이 계속 불편을 겪는 상황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도토리는 6월 29일 문을 닫았다. 개업한 지 두 달여 만이었다.
부부는 SNS에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도토리를 시작했다”며 “손님이 늘면서 이웃들이 주차와 교통 문제로 불편을 겪게 돼 문을 닫게 됐다. 그동안 찾아와 주고 응원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다만, 도토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부는 현재 카페를 다시 열 수 있는 집이 아닌 별도 매장을 찾고 있다.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한 번에 최대 20명만 받는 예약제 운영도 검토하고 있다.
뜻밖의 성공으로 두 달 만에 문을 닫은 ‘도토리’는 이제 집 뒷마당을 벗어나 두 번째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