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 둘째)이 4일 금융권 AI 해킹 사고 관련 긴급 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전체 금융권 협회장·대표 등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김성주 부산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주택대출 모집인 146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현대캐피탈이 신한은행보다 먼저 해킹 공격을 받고도 5일 넘게 사고를 인지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공유한 공격자 인터넷주소(IP)를 점검하다 뒤늦게 유출 사실을 발견했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고 보고서에는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 사이트에 대한 해킹 공격이 지난달 27일 오전 6시 37분 시작된 것으로 기재됐다. 사고를 인지한 시점은 이달 2일 오후 5시 8분으로, 공격 발생 후 130시간 31분이 지난 뒤였다. 현대캐피탈은 자체 시스템으로는 해킹 공격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해킹 사고를 처음 인지하게 된 계기도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자 IP 정보였다. 현대캐피탈은 다른 금융사 침해사고에 사용된 IP의 자사 사이트 접근 이력을 점검하다 해킹 사실을 파악했다.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2일 오후 4시 22분 금융보안원으로부터 특정 IP 차단 조치를 통보받은 뒤, 오후 5시 8분 자사 페이지에도 해당 IP의 접근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체 보안시스템이 공격을 탐지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받은 정보를 토대로 과거 기록을 확인하면서 유출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현대캐피탈도 이에 대해 “자체 보안체계로 해킹을 탐지하진 못했다”며 “금융보안원에서 공지한 IP와 동일 IP로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현대캐피탈에 대한 해킹 공격은 24분간 지속됐고 대출 모집인 146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름·여신협회등록번호·전화번호·이메일 등 공개 정보뿐 아니라 성별·주민등록번호·내부식별번호인 모집인 번호 등 비공개 정보도 포함됐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공격 발생 후 131시간 3분 만인 2일 오후 5시 40분 유출 페이지를 차단하고, 오후 8시 45분 조회 정보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제거했다.
현대캐피탈에 대한 공격은 최초 신고사인 신한은행보다 35시간 27분 앞섰다. 신한은행의 최초 해킹 공격은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6시 4분 시작됐다. 사고를 조기에 인지하고 신고했다면 공격 정보 공유와 차단 조치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캐피탈은 신한은행 공격에 사용된 IP를 공유받아 점검하면서 앞서 발생한 자사 공격을 뒤늦게 파악하면서, 금융보안원의 정보 공유가 없었다면 유출 사실을 모른 채 지나갔을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손명수 의원은 “24분간 이어진 해킹 공격을 인지하는 데 130시간 넘게 걸렸다”며 “자체 보안시스템이 공격을 막기는커녕 제때 탐지조차 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금융권 전반의 이상징후 탐지·대응체계를 철저히 점검하고, 개인정보 보호조치와 보안의무 위반 여부를 면밀히 조사해 위반이 확인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