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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주 52시간 상한 폐지 등 노동특례, 전 산업으로”

중앙일보

2026.10.06 08:02 2026.10.0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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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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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고소득 관리자와 연구개발자를 대상으로 주 52시간 상한을 없애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반도체뿐 아니라 전 산업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메가특구특별법(가칭) 내 노동 특례 규정을 놓고도 노사정이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아예 적용 대상을 더 넓히자는 다소 파격적인 제언이다.

서울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인 이 전 총재와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 등 연구진은 6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 포럼에서 이런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은 총재 재임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인구·노동 문제 등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이 전 총재가 퇴임 후 처음 공동 저자로 참여한 논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적용이 가능한 대상은 약 149만 명(전체 상용근로자의 10.8%)으로 추산된다. 관리·전문·사무직 중 총급여가 상용근로자 중위임금의 2배(약 8200만원) 이상인 경우를 잠재적인 적용 대상으로 간주했다. 이들의 총급여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8.5%로 비대상 근로자(5.2%)의 3배가 넘는다. 산업별로는 적용 대상 근로자의 약 42%가 지식기반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연구진은 “실질적인 재량과 성과 중심 보상이 가능한 직무에는 성과·자율 중심 근로시간제, 이른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한정해서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좀 더 광범위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나인 투 식스(오전 9시~오후 6시)’라 불리는 경직된 근로시간 대신 고령화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맞춰 유연 근로가 확산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주 4.5일제 같은 일률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만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담겼다. 2018년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 이후 소득 1분위(하위 20%)는 초과 근로시간과 초과급여가 각각 15.5%, 15.9% 줄었다.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는 큰 변화가 없었다. 총급여의 경우 소득 1분위는 1.3% 감소했지만, 5분위는 오히려 1.1% 증가했다. 고소득층은 특별급여 등의 형태로 임금이 보전된 것으로 해석된다. 노조 가입 근로자는 총소득이 소폭(0.24%) 늘었지만, 무노조 근로자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성과급 비중이 높은 기업은 근로시간을 줄이자 1인당 생산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 비중이 1%포인트 높은 기업은 4년 누적 기준 1인당 부가가치의 변화가 2.5%포인트 더 낮았다. 성과 보상의 비중이 높은 직무와 기업에서는 탄력 근로가 더 성과 창출에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선 노동계의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연간 10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는 국가”라며 “임금 보전과 적정 인력 확보, 업무 방식 개선을 결합한 법정근로시간 추가 단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노동자의 삶의질 측면에서 역진할 수 있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후 발언 기회를 얻은 이 전 총재는 “그간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가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화이트칼라(사무직)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야 한다. 어느 정도 소득 이상이면 성과급제·연봉제를 기반으로 성과·자율 중심 근로시간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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