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2021년 카카오페이 이후 5년 만에 ‘시가총액 10조원대 플랫폼’ 타이틀에 도전한다. 6일 유통·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7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무신사는 이르면 이달 중 예심 통과 여부가 가려진다. 심사를 통과하면 후속 절차를 밟아 내년 상반기 증시에 입성한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 보는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8조~10조원이다. 무신사가 몸값을 입증할 근거로 꺼내든 카드는 ‘글로벌 확장성’이다. 올해 1~8월 홍대·성수·명동 등 핵심 상권 내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의 전체 매출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53~68%에 달했다. 미국·일본·태국 등 13개국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온라인몰의 올해 2분기 거래액도 전년 동기보다 143%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에 매장을 잇따라 열었고, 내년엔 일본에도 첫 매장을 낸다.
무신사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국내 매장을 찾는 방한 외국인이 증가하고, 해외 사업이 성장세”라며 “지금이 K패션을 세계에 널리 알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패션업계에선 무신사가 미국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등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수익성 둔화다. 무신사의 지난해 매출은 1조4679억원, 영업이익은 1405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8.1%, 36.6%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엔 매출이 82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523억원으로 11.2% 감소했다. 오프라인 확대와 해외 진출 등에 따른 투자 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조경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무신사가 8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올해 둔화한 영업이익이 내년에 반등하고, 해외 매출과 고객이 빠르게 성장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김경진 기자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작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며 내실 있게 성장한 패션업계에서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패션업 자체의 성장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시장 확장성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카카오페이나 쿠팡 상장 때와 달리 IPO에 대한 시장의 잣대도 깐깐해졌다.
국내 패션 플랫폼 가운데 첫 코스피 상장 도전인 만큼 무신사의 향후 ‘성적표’는 K패션 플랫폼의 기업가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2021년 미국 뉴욕증시 상장 당시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쿠팡은 공격적인 물류 투자로 시장 지배력을 넓혔다. K뷰티 기업 에이피알은 글로벌 시장으로 영토를 넓혀 시가총액을 1조9000억원에서 13조원대까지 불렸다. 반면 글로벌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은 최근 홍콩 증시 상장 과정에서 과거 사모시장 기업가치 대비 몸값을 75%나 낮추고도 주가가 하락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