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6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전반 6분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리고 찰칵 세리머니를 하는 손흥민. 전설 차범근을 넘어 한국인 A매치 최다골(59골)을 세웠다. [연합뉴스]
6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전반 6분 페널티아크에서 프리킥을 준비하던 손흥민(34·LAFC)에게 다가간 이강인(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밑으로 깔아 차야 돼”라고 속삭였다. 이어 손흥민이 수비벽 옆을 통과하는 낮고 빠른 슈팅을 시도했고, 골망 오른쪽 구석에 꽂히는 득점포를 터뜨렸다.
골 장면 직후 무릎 슬라이딩에 이어 찰칵 세리머니를 펼친 손흥민은 이 한 골로 한국 축구에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레전드 차범근과 공동 보유 중이던 한국 A매치 최다골 종전 기록(58골)을 뛰어넘어 59골로 새 역사를 썼다. 지난 2010년 A매치 데뷔 후 햇수로 16년, 경기 수 기준 151경기만에 세운 값진 기록이다. A매치 최다 프리킥 기록도 9골로 늘렸다. 손흥민의 선제 결승골을 앞세운 한국은 후반 15분 오세훈(시미즈)의 추가 골을 묶어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을 거뒀다.
2011년 1월 18일 아시안컵 인도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신고했던 19살의 손흥민. [중앙포토]
임시 사령탑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감독과 주장 손흥민에게 이번 경기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지난 2일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0-0무) 직후 모래알 조직력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당시 핵심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수비수들이 불쌍하다. 다같이 싸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며 작심 발언을 했다. 미드필더 황인범(포르투)도 “대표팀 9년 차인데 여러 부분에서 변화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거들었다. 수비 가담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레벨이 떨어진 동료들을 향한 질책이자, 북중미 월드컵을 전후해 쌓인 선수단 내 갈등 구도까지 한꺼번에 짚은 발언이었다. 9년째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손흥민도 잇단 잡음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번 경기에선 대표팀을 향하는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데다 피로 누적으로 김민재가 출전 명단에서 제외돼 부담이 더욱 컸다. 모레노 감독은 선수 구성에 일부 변화를 줬다. 손흥민을 변함 없이 투톱 공격수로 기용하면서 파트너를 오현규(베식타시)에서 오세훈으로 바꿨다. 두 선수는 나란히 한 골씩 터뜨리며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로 한국(32위)보다 27계단 낮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상대 전적은 12승4무1패로 더욱 벌어졌다.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평가전에서 이란(3-1), 시리아(4-1)를 연파하며 신바람을 냈지만, 한국의 벽을 넘지 못 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감정이 북받친다. 어릴 때부터 이 자리를 당연시 생각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면서 “제 골만 소중한 게 아니라 동료, 감독님과 함께한 16년이란 시간이 더 소중하다. 국가대표로 뛰는 한 국민들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스코어는 두 골 차 승리였지만, 경기 내용은 기대 이하였다. 중원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안팎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모레노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고집했고, 중원에 이재성(마인츠)과 박진섭(저장) 두 명만 세웠다. 프리롤 형태의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파괴력이 극대화 되는 이강인은 여전히 오른쪽 측면에 섰고, 전반 종료 후 교체됐다.
경기 흐름은 후반에 황인범이 들어온 이후에야 살아났다. 아찔한 실점 위기는 조현우(울산)의 선방 쇼로 넘겼다. 이날 관중수는 2만4587명에 그쳐 여전히 싸늘한 팬심을 반영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여전히 빌드업과 볼 간수, 패스 정확도가 부족하다. 상대의 빠른 전환에 수비가 흔들리는 장면이 수차례 나왔다”면서 “모레노 부임 후 이강인이 그리 두드러진 활약을 못 하는 문제점도 여전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방 압박이나 수비 가담이 이전 경기에 비해 좋았고 교체 카드도 성공적이었던 건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 “모레노 감독이 네 경기를 치르며 선수들에 대한 전반적인 파악이 이뤄졌을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모레노 감독은 9~10월 A매치 4연전을 2승2무1패로 마쳤다. 앞서 에콰도르에 3-0 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우루과이전(1-4) 패과 베네수엘라전(0-0)은 부진했다. 모레노 감독이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연장할지 여부는 다음 달 원정 평가전 두 경기 전적까지 묶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