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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의 마주보기] 뺨 때리고 싶게 얄미운 노화의 실체

Chicago

2026.10.0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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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

손원임

미국의 코미디 중에서 테네시주의 녹스빌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Leanne(리앤)≫이라는 넷플릭스 시트콤이 있다. 배우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리앤 모건(Leanne Morgan)이 주연으로 나온다. 그녀는 이 드라마에서 남편과 이혼한 50대 후반 여성의 역할로, 다소 좌충우돌하면서도 나름대로 ‘홀로서기’를 추구하고, 보다 성숙해가는 모습을 쾌활하게 희극적으로 보여 준다.  
 
다시 살을 붙여 말하자면, 리앤은 33년 동안 정성과 공을 들인 결혼 생활이, 결국 남편이 치과 의사와 바람을 피고 아기까지 갖게 되어, 참으로 기가 막힐 정도로 어처구니없이 끝나고 마는 아주 처참한 상황을 맞게 된다.  
 
하지만 이런 슬픔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폐경기(menopause)의 갖가지 생리적 증상과 이혼녀의 심리적 좌절을 이겨내며, 진정한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 나간다. 이런 면모는 그녀가 다시 낭만을 찾아서 사랑하는 남자와 데이트하고 인생을 즐기면서도, 또한 자신의 주관과 정체성을 찾고자 “나는 누구인가?”를 의식하면서, 꿋꿋하게 자주적으로 살고자 하는 갈등 속에서 잘 나타난다.  
 
게다가 이 시트콤은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과 애정, 지원을 보여주고, 특히 리앤의 익살스러운 연기와 남부 억양은 한층 더 시청자에게 감동과 재미를 더한다. 어찌 보면, 그녀는 매우 사교적이며 활달한 성격에 자신의 신앙, 노부모에 여동생, 자녀, 손주, 게다가 이웃과 전남편의 왕래까지 있기에 ‘완전히 철저하게 고독한 여인’의 슬픈 상이 아니다.  
 
아무튼 내가 이 드라마를 즐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노화 문제’를 매우 진솔하고 솔직하게, 그리고 유머를 담아서 다루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즌 2의 첫 에피소드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리앤은 자신의 생일 전날, “나는 내일이면 곧 59세가 (실제로 60세!) 된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러고는 자신보다 4살 어린 여동생에게 자신의 나이를 56, 57, 58, 59의 순으로 세어 보인다. 그러자 동생이 56에 4를 더하면, 언니는 ‘59세’가 아니라 ‘60세’가 되는 것이라며, 솔직하지 못한 언니의 셈을 ‘조롱하듯이’ 정정해준다. 그 순간 리앤은 완전히 약이 바짝 올라 동생의 따귀를 소리가 날 정도로 꽤 세게 때려버린다. 물론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 너무나 크게 소름이 끼칠 정도로 놀랐다. 왜냐하면 나도 요즈음 과장해서 말하자면, ‘누군가의 뺨을 정통으로 찰싹 때려버리고 싶은’ 바로 그 심정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이 들어가는 서러움이 북받쳐서 한껏 때려 버린 따귀를 맞고도, 이해하고 용서해주는 여동생이 있다는 점이 더 부럽기까지 했다. 이렇게 노화의 실체는 그리 달갑지 않은 슬프고도 비참한 고뇌에 있다. 노화는 그 자체로 참으로 얄밉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노화로 마냥 불행하기만 해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삶의 긴 여정 속에서 노화를 보다 중립적이며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된다. 그 예로,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 리앤은 여동생과 이웃 여자와 함께 성형외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이제 젊고 예뻐질 기분에 상당히 흥분하고 들뜨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성형수술을 받지 않고, 자신의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하며, 자기수용과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 사실상 노화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차근차근 쌓아온 흔적이기에, 자신의 주름진 얼굴에 솔직하게 담겨 있는 아름다운 추억과 소중한 기억을 잊지 말자는 강한 여운을 남기면서 말이다. 아마도 리앤은 오늘도 내일도 또다시 다이나믹한 삶을 슬기롭게, 밝게, 그리고 아주 명랑하게 헤쳐 나가리라.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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