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기독교 방송 스타 짐 베이커 금욕조, 성추문 등으로 사회적 논란도 "내가 틀렸다" 자책했지만 86세로 사망
'더 짐 베이커 쇼'에서 베이커가 지난 6월 예수의 재림에 대해 발언하며 중동 지역의 마르는 강이 그 표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더 짐 베이커 쇼' 인스타그램 캡처]
1980년대 TV 전도 부흥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나, 이내 성추문과 재정 비리로 추락했던 텔레반젤리스트(TV 전도사) 짐 베이커가 숨졌다. 향년 86세 아내 로리 베이커는 5일 ‘더 짐 베이커 쇼(The Jim Bakker Show)’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베이커가 지난 4일 주님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로리 베이커는 “그는 기독교 방송 사역의 선구자였을 뿐만 아니라 내게 가장 진실한 남편이자 동역자였다”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하나님 사역을 향한 열정을 놓지 않았고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되기를 염원했다”고 전했다.
베이커는 1970~80년대 기독교 방송계를 대표하는 파급력 있는 인물이었다. 전처 태미 페이와 함께 1974년 기독교 토크쇼 ‘더 PTL 클럽(The PTL Club)’을 창설하며 대중 사역을 본격화했다. 당시 프로그램은 친근하고 경쾌한 대화를 앞세운 심야 토크쇼 형식을 도입해 신앙인과 대중 모두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 부부는 신앙을 통한 영혼의 구원과 시련 극복의 간증을 전하는 한편, 세속적 번영과 신앙을 결합한 이른바 ‘번영신학(Prosperity Gospel)’을 적극 설교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훗날 베이커의 사기 혐의 재판에 제출된 증거에서 해당 프로그램에 한때 매주 100만 달러가 넘는 기부금이 몰릴 정도였다.
베이커 부부는 사역의 세를 확장하며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인근에 대형 기독교 테마파크 ‘헤리티지 USA’를 조성했다. 1200만 달러 규모의 워터파크를 비롯해 대형 호텔과 공연장, 상업시설이 들어서며 기독교 문화 단지로 주목받았다.
1980년대 중반 베이커의 사역은 최고조에 달했다. ‘더 PTL 클럽’의 일일 시청자는 약 570만 명에 이르렀고, 테마파크의 연간 방문객은 600만 명을 상회했다. 그러나 사역의 세가 확장되는 동안 베이커의 개인적인 삶은 점차 세속적 사치로 기울었다. 고급 리무진 수 대와 별장, 금도금 욕조 등을 소유하는가 하면, 아내에게 고가의 밍크코트를 선물하고 냉난방 시설을 갖춘 개집까지 마련해 논란을 자초했다.
화려했던 전성기는 영적·윤리적 도덕성 실추와 함께 급격히 침몰했다. 교회 비서였던 제시카 한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났고, 이를 입막음하기 위해 사역 자금을 입금한 정황이 폭로됐다. 이어 회계 장부 조작과 기만적인 사기 행각이 연이어 밝혀지면서 사회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특히 베이커는 헤리티지 그랜드 호텔의 평생 숙박권을 약 16만 명에 달하는 신도들에게 판매하며 약 1억6000만 달러를 수거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당초 과다 분양으로 약속을 이행할 수 없는 명백한 기만 구조였다.
결국 사기 및 공모 혐의 등 총 24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45년과 벌금 50만 달러를 선고받았다. 수감 생활 중 아내와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으며, 이후 감형 과정을 거쳐 징역 8년으로 감형된 뒤 1994년 석방됐다. 현 아내인 로리 베스 그레이엄과는 지난 1998년 재혼했다.
출소 후 베이커는 옥중에서의 깊은 신앙적 성찰과 회개를 고백했다.
그는 회고록 '내가 틀렸었다(I Was Wrong)'를 출간하며 과거 자신이 부르짖었던 번영신학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당시 그는 “사람은 돈을 숭배하거나 하나님을 숭배할 수는 있지만, 두 주인을 동시에 섬길 수는 없다”며 세속적 욕망을 신앙으로 포장했던 지난 날을 자책했다.
진정한 참회를 선언하며 낮은 곳에서 가난한 이들을 섬기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TV 방송 사역으로 복귀했다. 이번에 그가 내세운 사역의 핵심 메시지는 ‘종말론’이었다.
미주리주 오자크 지역에 ‘모닝사이드’ 교회를 세운 그는 ‘더 짐 베이커 쇼’를 재개했다. 국제적 테러와 자연재해,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시대의 종말적 징후로 해석했으며, 허리케인과 열차 탈선, 대형 총기 난사 사건 등을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지 않을 경우 제2의 내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언을 던지기도 했다.
종말에 대한 공포는 다시 사역의 상업화로 이어졌다. 유통기한이 30년에 달하는 동결건조 생존 식품과 비상 발전기, 종말 대비 지침서 등을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판매했다. 특히 팬데믹 시기에는 ‘실버 솔루션’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은 물품을 치료제로 속여 판매하다 교계 안팎의 큰 비판을 받았다.
결국 허위·과장 의료 광고 혐의로 당국의 강력한 경고장을 받았으며, 미주리주 법무장관으로부터 법적 소송을 당했다. 베이커는 15만7000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해당 제품의 홍보 및 판매를 즉각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재정적 위기에 봉착하자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현금과 수표를 보내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2020년 5월에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방송을 잠시 중단했다. 아내 로리 베이커는 당시 “우리 사역을 무너뜨리려는 악의적 세력과 증오에 맞서 영적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사역 인생을 통틀어 가장 치열한 공세였다”고 회고했다.
베이커는 같은 해 7월 방송에 복귀한 뒤 최근까지 ‘더 짐 베이커 쇼’를 이끌며 성경의 종말과 예언에 관한 메시지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