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기업 여윳돈 67조 ‘역대 최대’…가계는 예금 빼 주식으로
중앙일보
2026.10.06 22:01
지난 2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를 찾은 한 관람객이 반도체 웨이퍼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2분기 국내 기업의 순자금 운용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에서는 은행 예금을 빼 주식과 펀드로 자금을 옮기는 ‘머니 무브’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 잠정 통계에 따르면 비금융 법인기업의 올해 2분기 순자금 운용 규모는 6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20조8000억원보다 46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1분기 이후 역대 최대다.
기업의 전체 자금 운용 규모도 1분기 137조원에서 2분기 267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세부적으로는 금융기관 예치금이 84조3000억원, 지분증권·투자펀드가 21조5000억원, 채권이 16조3000억원 등이었다.
기업의 여유 자금이 크게 늘어난 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황 호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상장기업 당기순이익은 올해 1분기 111조원에서 2분기 189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김용현 한국은행 자금순환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순이익이 확대된 결과”라며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 이익 증가로 순자금 운용이 확대됐고, 기업들이 늘어난 여유 자금으로 금융 활동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계의 여유 자금은 감소했다.
가계와 개인사업자, 비영리단체의 2분기 순자금 운용액은 60조7000억원으로 1분기 79조2000억원보다 18조5000억원 줄었다.
한국은행은 가계소득 감소와 주택 순취득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가계의 여유 자금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전체 자금 운용 규모도 1분기 96조3000억원에서 2분기 88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자금의 이동 방향은 확연히 달라졌다.
가계의 금융기관 예치금 운용 규모는 1분기 29조4000억원에서 2분기 -23조3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은행에 새로 돈을 넣기보다 기존 예금을 대거 빼냈다는 의미다.
반면 국내외 주식과 투자펀드 운용액은 같은 기간 61조4000억원에서 101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국내 거주자가 발행한 주식 투자액은 18조3000억원에서 67조2000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투자펀드 지분 역시 28조5000억원에서 35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대로 해외주식에 해당하는 비거주자 발행주식 운용액은 14조5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예금에서는 돈이 빠지고 국내 주식과 펀드에는 자금이 몰린 셈이다.
김 팀장은 “가계의 예금취급기관 단기 저축성 예금에서 33조6000억원, 장기 저축성 예금에서 5조4000억원이 빠졌다”며 “거주자 발행주식과 투자펀드 지분 운용액은 모두 사상 최대였다”고 밝혔다.
이어 “2분기에 머니 무브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계의 금융자산 건전성 지표도 개선됐다.
가계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1분기 2.60배에서 2분기 2.78배로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2분기 말 가계부채 비율은 81.1%로 1분기 말 85.3%보다 4.2%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2016년 2분기 80.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 팀장은 “명목 GDP가 6.2% 증가하는 동안 가계부채는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올해 안에 정부 목표치인 가계부채 비율 80% 이하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반정부는 1분기 23조3000억원 순자금 조달 상태에서 2분기 11조1000억원 순자금 운용으로 전환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