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분 아닌 법정 요건에 따라 우선 지급순위 결정 해외 체류중인 유족도 우편·대리인 통해 청구 가능
한국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을 받던 아버지가 미국에서 돌아가셨을 때 미국에 사는 어머니는 그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을까. 자녀들과 상속분대로 나누어야 할까. 이때는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는 문제와 유족연금을 청구하는 문제를 구별해야 한다.
유족연금은 고인의 연금을 가족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제도가 아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유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연금법에 따라 지급하는 별도의 급여이다. 사망 당시 고인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던 가족 중 법에서 정한 요건과 순위에 따라 지급되는데, 배우자가 최우선이다. 배우자가 수급요건을 갖추었다면 자녀와 상속분대로 나누는 것이 아니다. 유언이나 가족 간 합의로 수급자를 마음대로 정할 수도 없다.
미국에 거주하거나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만으로 청구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노령연금 수급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외국 국적의 배우자도 요건을 갖추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배우자라는 사실만으로 자동 지급되는 것은 아니므로, 혼인관계와 사망 당시 생계유지 관계 등을 확인해야 한다.
지급액도 고인이 받던 연금액과 같다고 볼 수 없다. 고인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 등을 기준으로 별도로 산정된다. 배우자가 자신의 국민연금 노령연금도 받을 수 있다면 두 연금을 각각 전액 받는 것은 아니므로, 중복급여 조정에 따른 실제 수령액을 확인해야 한다. 배우자의 나이와 소득활동 등에 따른 지급정지 여부도 함께 살펴야 한다.
해외에 있다고 반드시 한국에 가서 직접 청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편 청구가 가능하고, 해외체류 등으로 직접 청구하기 곤란하면 대리인을 통한 청구도 가능하다. 사망 사실을 알리는 것과 유족연금을 청구하는 것은 별개의 절차이므로, 사망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청구까지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녀가 대신 서류를 준비해 줄 수는 있더라도 연금을 받을 권리자는 수급요건을 갖춘 배우자이므로, 실제 청구 과정에서는 수급권자 본인의 서명이 필요한지, 대리인이 청구할 수 있는지 등을 구별하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청구할 때는 사망증명서와 혼인·가족관계 증빙, 신분증, 수급권자 명의 계좌 등의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에서 발급한 서류는 어떤 번역과 인증이 필요한지 국민연금공단에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혼인이나 귀화 과정에서 성명이 바뀌었다면 한국 기록과 미국 서류가 같은 사람에 관한 것임을 설명할 자료도 점검해야 한다.
필요한 서류는 국적과 가족관계 등록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서류부터 무작정 발급받기보다는 공단에 필요한 증빙을 확인하는 것이 순서이다.
청구를 미루면 과거에 받을 수 있었던 연금을 일부 놓칠 수 있다. 유족연금은 원칙적으로 청구일에서 거슬러 올라가 최근 5년 이내의 급여를 지급하므로, 그보다 오래된 급여에는 소멸시효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앞으로의 연금까지 모두 받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늦었다고 포기하기보다 지금 청구할 수 있는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상속재산을 정리할 때는 통장과 부동산뿐 아니라 고인이 받던 연금의 종류도 살펴야 한다. 유족연금은 가족이 나눌 유산이 아니라, 요건을 갖춘 유족이 따로 챙겨야 할 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