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전직 정보수장 체포…10년간 기밀 해외로 빼돌렸다
중앙일보
2026.10.07 02:58
2026.10.07 13:15
아우구스트 하닝 전 독일 연방정보국(BND) 국장이 2015년 10월 1일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에서 열린 국가안보국 조사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AP=연합뉴스
독일 연방정보국(BND)을 이끌었던 전직 수장이 10년 넘게 내부 기밀문서를 빼돌리고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로 체포됐다.
유출된 자료에 미국·영국 등 동맹국이 제공한 첩보가 포함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독일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슈피겔과 AFP 등에 따르면 독일 연방검찰은 1998~2005년 BND 국장을 지낸 아우구스트 하닝(80)을 반역 미수와 간첩 관련 혐의로 체포했다.
하닝은 BND에 남아 있던 옛 부하 만프레트 D로부터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약 2000건의 기밀문서를 넘겨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문서에는 연방총리실 주관 안보회의 자료를 비롯해 이란 핵 프로그램과 러시아군 관련 정보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정보기관이 제공한 자료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영국 MI6와 GCHQ, 미국 정보기관들은 자국 기밀과 정보원이 노출됐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내부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하닝이 빼돌린 자료를 개인 사업에 활용했을 뿐 아니라 외국 정보기관에 제공할 별도의 첩보 보고서를 작성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슈피겔은 하닝이 아제르바이잔 정보기관 관계자와 접촉해 왔다고 보도했다. 다만 검찰은 현재까지 연루된 외국 정보기관을 공식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
하닝은 퇴직 후 보안 컨설팅 사업을 벌였으며, 부동산 사업 실패 등으로 재정난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검찰은 그가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기밀을 거래했을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우연한 수색 과정에서 드러났다. 독일 당국은 2023년 유명 외식업체 창업주 일가의 자녀 납치 사건에 하닝이 관여했다는 혐의를 수사하던 중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BND 문건을 대량으로 발견했다.
독일 언론은 이번 사건이 전후 최대 규모의 스파이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동맹국 정보가 제3국으로 넘어갔다면 서방 정보기관 간 정보 공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ND는 최근 러시아의 안보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해 권한 확대를 포함한 정보기관 개혁을 추진해왔다. 이번 사건이 정보기관 내부의 기밀 관리 체계와 동맹국 간 정보 공유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고성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