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다. 통상 시카고 지역의 단풍은 10월 둘째 주에서 셋째 주에 절정을 이루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조금 늦춰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즉 가을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이로 인해 단풍 시기가 예년보다 일주일 가량 미뤄졌다는 것이다.
물론 나무에 따라서 단풍의 시기는 차이가 난다. 보통은 다음주면 나뭇잎들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하면서 중간 단계로 접어들고 10월말에는 높은 단계로, 11월 첫째 주에는 최고 절정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단풍이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이 맞아야 한다. 특히 올해처럼 여름에 비가 많이 내렸을 경우 단풍 색상 자체가 선명해 울긋불긋한 나뭇잎들이 많아지면서 화려한 색상을 볼 수 있게 된다. 다만 가을철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다 늦가을에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면 단풍이 한꺼번에 물들었다가 빠르게 지고마는 짧은 단풍 시즌이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자연의 섭리가 그러하니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웠던 단풍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볼 수 있었다. 온타리오주 수생마리 지역에서 출발하는 단풍 기차를 타고 인근의 아가와 캐년으로 들어가면 세속에서 떨어진 개발보전지역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곳의 단풍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루 종일 기차를 타고 캐년으로 들어갔다가 목적지에 내려 전망대와 폭포, 트래킹 길을 걸었는데 복잡한 도심에서 떨어져 하루 동안 즐길 수 있는 고즈넉한 휴식이 뇌리에 깊게 남았다. 이 지역은 아직도 개발에서 벗어나 천연 자연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는데 단풍 시즌만 되면 북미지역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캐년이 바쁘다. 그나마 캐년 깊은 곳에는 식당도 없고 유흥시설도 들어서지 않아 본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한국의 유명 방송 프로그램에도 소개돼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은 이와는 다른 맛이 있다. 특히 스모키 마운틴 초입에 있는 게이틀린버그에 있는 트램을 타고 산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면 시원하게 뻗은 산세를 확인할 수 있고 낮은 지역까지 울긋불긋한 색상을 자랑하는 단풍들이 시원하다. 클링스만 돔 전망대와 곳곳에 난 트래킹 길을 걷고 있노라면 단풍잎들이 발앞에 떨어지는 경험도 할 수가 있다.
단풍 시즌을 느끼기 위해서는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하다. 시카고 다운타운을 비롯해 가까운 곳에도 단풍 스팟이 많이 때문이다. 특히 다운타운 밀레니엄파크는 넓지는 않지만 단풍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최적이다. 그중에서도 시카고 미술관과 밀레니엄파크의 루리 가든을 연결하는 다리 위에서 보는 미시간 호수와 다운타운의 전경, 정원으로 이어지는 길 양쪽에 심어진 나무에서 볼 수 있는 붉은색 단풍은 꽤 인상적이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주변은 온통 고층건물 숲으로 빽빽한 곳이지만 다운타운의 공기를 걸러주는 청정기 역할을 하든 자리잡은 밀레니엄파크는 그렇게 시민들에게 휴식의 공간을 내어주고 있다.
시카고에서 단풍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으로는 몬트로스 항구의 조류 보호지역도 꼽힌다. 이 곳은 조류애호가들이 새를 멀리서 관찰하곤 하는 곳인데 호변을 따라 심어진 나무가 호수와 어우러지며 멋진 광경을 선사하고 있다. 또 서버브인 시카고 보타닉 가든과 모턴 수목원 역시 나무가 많아 단풍 구경을 하기에도 좋다.
이렇게 널리 알려진 곳도 좋지만 집 주변에 있는 쿡카운티 삼림보호국만 가도 아기자기한 단풍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스코키 라군의 트래킹 코스는 한인 밀집지역과 가깝고 달리기 동호회원들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기도 하는 곳인데 시간만 맞춰 찾는다면 쉽게 단풍을 즐기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시카고 지역은 단풍이 드는 곳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삼림 보호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서부 다른 지역만 가보더라도 시카고처럼 주거 지역 근처에 울창한 삼림을 갖춘 곳이 흔치 않다. 대도시 중심부에는 말할 것도 없고 서버브 주거 밀집 지역만 하더라도 주택만 가득하고 공원이나 삼림보호지역이 많은 곳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시카고의 가을을 만끽하고자 한다면 집 주변의 나뭇잎 색깔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