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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홍콩 될 수 없다”…美·中 사이 줄타기 운명, 라이칭더

중앙일보

2026.10.07 13:00 2026.10.0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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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대만 총통. 로이터=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인데, 중국이 아닌 국가가 있다. 공식 국호는 중화민국(中華民國). 일반에게 친숙한 이름으로는 대만이다.

중국은 각국 정부·기관이 대만을 어떻게 부르고, 대하는지를 두고 압박을 가하는 식으로 대만의 국제 활동을 옥좼다. 군사훈련으로도 대만을 수시로 압박한다. 반면 미국은 대만을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견제하는 핵심 전략 거점으로 여긴다.

이런 대만을 이끄는 인물이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이다. 그는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에 맞서 “대만을 제2의 홍콩으로 만들 수 없다.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이칭더는 성공 스토리의 전형, ‘가난한 집안의 수재’였다. 1959년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978년 명문 국립대만대 의대에 입학해 물리치료·재활의학을 공부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위생학 석사 과정도 마쳤다.

정치를 처음 맛본 건 1994년 대만성 성장 선거를 앞두고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를 돕는 ‘전국의사후원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다. 1998년 타이난시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 민진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2001년, 2004년, 2008년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잇따라 승리를 거뒀다. 2010~2016년에는 타이난시장을 지냈다.

대만 최초로 여성 총통을 지낸 차이잉원(蔡英文)과는 애증의 관계다. 차이잉원 총통은 2017년 라이칭더를 행정원장(국무총리)으로 발탁했다. 라이칭더는 2019년 차기 총통 선거에 민진당 경선 후보로 나섰다. 차이잉원이 경선에서 이기긴 했지만 라이칭더는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그런데도 차이잉원은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기가 많았던 그를 부총통 후보로 끌어안았다.

차이잉원의 부총통으로 일한 4년(2020~2023년)은 라이칭더에게 담금질의 시간이었다. 차이잉원보다 더한 강성 독립론자였지만, 이 시간 동안 날이 다소 무뎌졌다. 차이잉원은 여럿을 본인의 후계자로 점찍어 라이칭더의 대항마로 키워보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 스스로 무너졌다.

결국 2024년 총통 선거에서 라이칭더가 대권을 차지했다. 중국은 총통에 취임한 라이칭더를 향해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며 맹비난했다. 라이칭더의 최대 우군은 자신을 ‘중국인’보다 ‘대만인’으로 인식하는 세력이다. 중국의 압박이 거셀수록 역설적으로 라이칭더에게 힘이 실린다. 라이칭더가 마주한 문제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중국에 강경하려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미국에 마냥 기대지 않으려면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국방력을 키우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경제 성장의 과실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풀이 과정에서 하나라도 삐끗하면 다 무너질 수 있는 고난도 방정식이다. 라이칭더는 마지막 문제를 풀어보려고 최근 “내년에 국민 1인당 현금 1만 대만 달러(약 44만원)를 일명 ‘인공지능(AI) 보너스’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중국에선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2027년)까지 대만을 합병할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다.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이란 이름 아래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군사 개입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과 동맹인 한국의 입장도 난처하다. 미·중 사이에서 라이칭더의 줄타기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한국에도 결코 남 얘기가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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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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