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폭스뉴스는 공화당과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아니라 ‘바보 민주당원들(Dumocrats·Democrats와 Dumb의 합성어)’을 홍보하고 있다. 완전히 길을 잃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오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15분쯤 뒤 SNS에 “폭스뉴스는 대체 왜 이러나”라며 재차 저격 글을 올렸다.
미국뿐 아니라 ‘스트롱맨’이 득세하는 세계 곳곳에서 언론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올 초 펴낸 ‘저널리즘과 미디어, 기술 트렌드 전망 2026’ 보고서에서 “정치인이 ‘가짜 뉴스’를 낙인 찍고, 법적 조치를 위협해 언론을 약화하는 방식이 ‘트럼프 2.0 플레이 북(각본)’처럼 세계에 널리 퍼졌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AP 통신 부스 앞에 백악관 출입 금지 조치를 받은 CNN·MS NOW·폴리티코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791년 비준한 수정헌법 1조에서 언론의 자유를 명시한 미국은 최근 가장 극적으로 돌아섰다. 트럼프는 집권 내내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CNN·MSNOW·폴리티코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하는 등 반(反)트럼프 성향 언론을 경계해왔다. 공식 조치뿐 아니라 트럼프 스스로 비판 기사가 눈에 거슬릴 때마다 “사기(hoax)” “사기꾼(fraudster)” “망해간다(failing)” 같은 독설로 전면전에 나선다. 최근에는 보수 성향 폭스뉴스를 향해서도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며 “폐업”까지 운운했다.
미국과 함께 중동 전쟁을 치르는 이스라엘도 언론 자유가 위태롭다. 오는 27일 총선을 앞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언론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네타냐후는 최근 “네타냐후가 하마스의 2023년 기습 공격에 앞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으로부터 공격 계획을 경고받았다”고 보도한 이스라엘 일간지에 소송을 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 광범위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NYT 보도에도 소송을 압박했다.
러시아 메신저 '막스' 화면을 보고 있는 여성,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는 러시아는 검열·차단이 일상화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한 뒤로 언론 탄압이 거세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불법·극단주의 콘텐트를 퍼뜨린다”며 텔레그램과 왓츠앱 메신저 접속을 단계적으로 제한했다. 대신 ‘막스(Max)’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막스는 러시아 정부가 만든 메신저다. 불법 감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최근 독립 언론인을 ‘테러리스트·극단주의자’ 명단에 올리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론 보도뿐 아니라 SNS까지 광범위하게 검열·차단하는 방식은 역시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도 비슷하다. 인도에서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언론의 정보 접근을 제한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정부가 언론에 공익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튀르키예·조지아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체포·기소하는 등 언론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외국대리인등록법(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해당 사실을 공개하도록 의무화), 사이버범죄법, 국가안보법 등을 언론의 활동을 더 어렵게 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