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가운데 45%, 3가길에서 발생 방문객도 지난해 309만명으로 줄어 시정부, 부활 위해 긴급 예산 편성
경기 침체로 상가 공실이 늘고 있는 샌타모니카 3가 프로미네이드 전경. [샌타모니카 관광청 화면 캡처]
한국 관광객들이 LA에 오면 빠짐없이 도장을 찍던 ‘필수 성지’ 샌타모니카 3가 프로미네이드가 이례적인 경기 침체의 늪에 빠졌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쇼핑과 버스킹을 즐기던 활기는 사라지고, 상가 곳곳에 썰렁한 빈 업소만 늘어가고 있다.
6일 LA타임스는 싱크탱크 랜드연구소(RAND)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샌타모니카 전체 상가의 11% 이상이 공실 상태라고 보도했다. 전체 공실 상가 중 무려 45%가 관광객들이 몰리던 3가 프로미네이드와 샌타모니카 플레이스 쇼핑몰에 쏠렸다.
인근 부촌 상권들과 비교하면 샌타모니카의 그늘은 더욱 짙어진다. 웨스트할리우드의 상가 공실률은 9.2%, 베벌리힐스는 6%, 컬버시티는 5.2%에 그쳐 샌타모니카보다 훨씬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샌타모니카 경제를 떠받치던 두 축인 소매업과 외식업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샌타모니카의 의류·액세서리 매출은 지난 2015년과 비교해 무려 75%나 폭락했다. 같은 기간 식당 등 음식 서비스 매출도 24%나 꺾였다. 도시 전체의 판매 매출 자체가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나 깎여 나간 셈이다.
지방정부의 곳간도 비어가고 있다. 샌타모니카의 세수는 지난 2021년 당시 2015년 대비 89% 수준까지 깜짝 회복세를 보였으나, 이후 다시 고꾸라지며 올해 초에는 60% 수준까지 폭락했다. 보고서는 노드스트롬 백화점 등 다운타운 상권을 지탱하던 대형 앵커 리테일 가게들이 줄줄이 짐을 싸서 떠난 점을 직격탄의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경쟁 상권인 베벌리힐스와 웨스트할리우드, 컬버시티는 팬데믹 직후 매출이 급감했음에도 이미 지난 2021년에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샌타모니카의 이번 잔혹사가 단순한 경기 불황 때문이 아니라, 관광객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경제 구조의 한계와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 변화, 여기에 치안 및 노숙자 악재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원래 샌타모니카는 아름다운 해변과 피어, 3가 프로미네이드를 무기로 해외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열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악재로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긴 데다 온라인 중심의 쇼핑 체질 변화까지 몰아치면서 기존의 경제 모델이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샌타모니카 관광청 집계를 보면 팬데믹 직전인 2019년 841만 명에 달했던 연간 방문객은 지난해 390만 명으로 토막 났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관광객들이 뿌리고 간 소비액 역시 같은 기간 18억9000만 달러에서 9억9660만 달러로 급감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노숙자와 악화된 치안에 대한 불만도 상권 복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샌타모니카의 전체 노숙자 수는 소폭 감소했으나, 정작 범죄와 노숙자 문제가 관광객들이 밀집하는 해변과 도심 상권에 집중되면서 방문객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오히려 훨씬 커졌다.
실제로 도시 전체 면적의 겨우 5%에 불과한 일부 핫스팟 지역에서 전체 폭행·강도 사건의 무려 70%가 집중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상이 걸린 샌타모니카시는 3가 프로미네이드 부활을 위해 300만 달러의 예산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야외 콘서트와 스포츠 관람 이벤트 등 대규모 대중 행사를 잇따라 열어 사람들의 발길을 다시 끌어모으겠다는 복안이다.
캐롤라인 토로시 샌타모니카 시장은 스몰비즈니스 업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도·주차 관련 비용을 낮추고 사업체 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한편, 다운타운 일대에 경찰의 도보 및 자전거 순찰 배치를 대폭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토로시 시장은 “샌타모니카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영업 중이며, 앞으로 더 좋은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며 상권 부활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