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분의 보컬 차력쇼’. 7일 저녁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8 위켄드(The Weeknd)’ 공연이 그랬다. 8년 만에 내한한 글로벌 팝스타 위켄드는 데뷔(2013년)부터 지금까지 13년간 발표해 온 노래 40곡을 한국 관객의 귀에 내리 꽂았다. 화려한 퍼포먼스, 특별한 게스트, 무대 장치·의상 도움 없이 2시간을 쉬지 않고 노래했다.
이날 공연의 첫 곡은 지난해 1월 발매된 ‘허리 업 투모로우(Hurry Up Tomorrow)’ 앨범의 수록곡 ‘밥타이즈드 인 피어(Baptized in Fear)’. 어둡고 몽환적인 곡의 분위기, ‘두려움 속에서 세례를 받았다’는 제목의 의미를 표현하듯 거대한 종교 의식 같은 무대 연출이 돋보였다.
위켄드보다 먼저 메인 무대에 등장한 20여명의 댄서들은 흰 로브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미동도 없이 열 맞춰 서있었다. 위켄드는 메인 무대와 떨어진 십자 모양의 돌출 무대에서 등장했다. 그 역시 은빛 마스크를 쓴 채 노래를 불렀다. 무대 중앙에 설치된 12m 높이의 은빛 로봇 조각상(일본 현대미술가 소라야마 하지메의 작품), 두 눈에서 초록빛의 레이저를 쏘는 마스크 역시 기묘한 분위기를 거들었다.
‘오픈 하츠(Open Hearts)’ ‘웨이크 미 업(Wake me up)’ 등 비교적 어둡거나 차분한 노래 예닐곱 곡을 연달아 부른 그가 드디어 마스크를 벗고 팬들을 향해 활짝 웃는 얼굴을 드러냈다. 팬들은 귀가 먹먹할 정도의 목소리로 환호했다. 인사와 함께 2018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을 언급한 위켄드는 “여러분은 저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며 자신의 첫 스타디움 공연이 한국에서 열렸다. 그때 여러분은 매우 큰 사랑을 주셨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7일 저녁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위켄드 내한 공연. [사진 현대카드]
댄서들이 퇴장하고 위켄드 홀로 남은 무대 중반 이후부터 밝은 분위기의 글로벌 메가 히트곡들이 나왔다. ‘콜 아웃 마이 네임(Call Out My Name)’ ‘캔트 필 마이 페이스(Can't Feel My Face)’ ‘스타 보이(Star boy)’ ‘세이브 유어 티어즈(Save Your Tears)’ ‘아웃 오브 타임(Out of time)’ 등의 노래에,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4000여명의 관객은 열성적인 떼창으로 화답했다. ‘다이 포 유(Die for You)’ 무대는 아예 무반주 떼창으로 시작했다. 팬들은 ‘프로페셔널(Professional)’ 때는 기어코 “곧 한국에 다시 오겠다”는 위켄드의 다짐을 받아내기도 했다.
절정은 ‘블라인딩 라이츠(Blinding Lights)’를 부를 때였다. 2021년 말 빌보드가 집계한 올타임 1위 곡으로 선정된 곡이다. 4주간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43주간 5위 내에 머무르는 등 롱런했다. 위켄드가 메인 멜로디를 비트 없이 길게 늘어뜨려 부를 때부터 떼창은 시작됐다. 이후 신스팝 비트가 얹어지는 걸 신호로 관객들은 신나게 뛰거나 춤추며 무대를 함께 즐겼다.
공연의 중심에는 탄탄한 보컬이 있었다. 부드럽고 섬세한 음색으로 곡의 감정을 전달하다가도 고음에서는 힘 있게 뻗어나가는 그의 목은 하나의 ‘악기’ 같았다. ‘아이 필 잇 커밍(I Feel It Coming)’, ‘다이 포 유’의 감미로운 팔세토는 물론, 알앤비(R&B) 장르의 ‘위키드 게임스(Wicked Games)’와 ‘콜 아웃 마이 네임(Call Out My Name)’에서는 짧은 음가의 애드립조차 음정이 흔들리지 않는 절창을 들려줬다.
위켄드가 2021년 5월 23일 일요일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공연하고 있다. [AP=연합]
한국 팬들을 향한 애정도 전해졌다. 위켄드는 노래 중간 “내가 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고 묻고,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다정하게 호응을 이끌었다. ‘코리아(Korea)’를 가사로 넣은 애드리브로 환호를 끌어내기도 했다. ‘아이 필 잇 커밍’(I Feel It Coming)을 부를 때는 무대 아래로 내려가 팬들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함께 노래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곡을 제외하면 대부분 노래가 원곡보다 짧거나 빠르게 편곡됐다. 1절만 부르거나 그마저도 짧게 끊고 다음 곡으로 쉴 틈 없이 이어갔다. 블랙핑크 제니가 참여한 곡 ‘원 오브 더 걸스(One of the Girls)’가 연주될 때, 일부 팬들이 기대했던 그녀의 깜짝 등판도 없었다. 지난달 일본 사이타마 베루나 돔 공연에서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주제가를 샘플링해 원곡 가수 다카하시 요코와 선보였던 신곡 ‘도쿄(Tokyo)’ 역시 이날은 부르지 않았다.
위켄드가 2021년 5월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핫 100 아티스트’ 상을 받고 있다. [AP=연합]
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 더 위켄드는 2010년 온라인에 음악을 공개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2011년 첫 믹스테이프 ‘하우스 오브 발룬즈(House of Balloons)’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알앤비를 기반으로 팝과 신스팝 등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했으며 미국 주요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서 4차례 수상하고 14차례 후보에 올랐다.
이번 위켄드의 공연은 월드 투어 ‘애프터 아워스 틸 던(After Hours Til Dawn)’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전 세계 7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에서는 같은 장소에서 8일 한 번 더 공연한다. 현대카드 측은 이틀 간 총 10만8000명이 이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