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열린광장] 영화 ‘암살자(들)’가 역사에 미칠 영향

Los Angeles

2026.10.07 18:3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박철웅 일사회 회장

박철웅 일사회 회장

조국의 역사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에 살수록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절실하게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역사적 사건을 영화나 소설로 다룰 때는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작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실재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영화 한 편의 문제가 아니다. 다음 세대의 역사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바로 그런 문제를 던지고 있다.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소재다. 그런데 당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진 내용과 전혀 다른 가능성을 암시해 논란의 중심이 됐다고 한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당시 중앙정보부의 개입 가능성을 연상시키는 것과 관련해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가 어디까지인가를 놓고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의문점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진영논리와 이념을 부채질하기에 충분하다.
 
유가족이 생존해 있는 지금 생뚱맞게 새로운 의문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면 그 책임도 따라야 한다. 특히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왜 하필 이재명 정부 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비극을 소재로 기존의 역사적 인식과 다른 가능성을 암시하는 영화가 등장했느냐는 것도 의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을 산업화의 반석 위에 올려놓아 오늘날 선진국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분이다. 물론 영화가 현 정부의 지시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제작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영화가 지금 개봉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현 정부의 의도를 추론해서는 안 되겠지만, 창작의 자유만을 강조하는 것은 빈곤한 변명에 불과하다. 당시 사건은 많은 국민이 목격했고, 필자도 TV를 통해 봤다. 그리고 수사와 재판 과정을 거쳐 사건의 실체가 정리됐다.
 
그렇다면 영화가 어떤 과정을 통해 제작되었고, 상영되게 되었는지 상세히 밝혀져야 한다.  
 
역사는 한쪽의 주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영화적 상상력만으로 다시 쓰여서도 안 된다. 창작자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관객에게 사실과 허구를 구별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도 제공돼야 한다. 역사적 진실을 진영 논리와 이념으로 전개한다면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 정치권 역시 자신에게 유리한 역사에는 관대하면서 상대 진영의 역사에는 엄격한 이중잣대를 들이대서도 안 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어느 정파의 역사적 승리가 아니다. 진실이다. 오늘 우리가 어느 편의 역사를 지키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사실인가를 끝까지 확인하는 것이다. 역사를 정치적 무기로 만들면 진실은 사라지고 진영 논리만 남는다. 그리고 그렇게 왜곡된 역사는 다음 세대에게 사실처럼 전달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아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의혹은 의혹대로, 창작은 창작대로 구분하는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지키는 길이며,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최근 문세광을 조사했던 정치근 검사의 자서전이 공개되며 문세광의 최후 진술 일부가 알려졌다. 문세광은 자신의 범행을 후회하며 박정희 대통령과 국민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고, 자신이 조총련에 속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남겼다고 한다.
 
역사는 입맛에 맞게 재단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기록되어야 한다. 진실이 왜곡된 역사가 다음 세대의 현실이 되는 것을 막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