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무혐의에 목숨 끊은 10대…공소청이 경찰 판단 뒤집었다
중앙일보
2026.10.07 20:09
2026.10.07 22:02
1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검찰청사에 공소청 간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했던 안산 10대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사건이 공소청의 보완수사 끝에 뒤집혔다.
피해자가 경찰의 불송치 처분 이후 억울함을 호소하다 숨진 가운데, 공소청은 CCTV 원본 영상과 휴대전화 포렌식, 의료 자문 등을 통해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판단하고 40대 주점 업주를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방공소청 안산지청 형사2부는 준강간 혐의로 40대 주점 업주 A씨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2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주점 안에서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당시 19세 아르바이트생 B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사건을 수사한 안산단원경찰서는 B씨가 고소장을 낸 지 약 두 달 만인 올해 2월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불송치 처분했다.
경찰은 주점 내부 CCTV를 근거로 범행 전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며 주점 안을 오갔고 서로 배웅한 모습 등이 확인됐다며 B씨가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이 알려지면서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사건 당시 B씨가 만취 상태였음에도 대면 조사를 한 차례만 진행한 뒤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송치 통보를 받은 B씨는 사흘 뒤인 2월 21일 숨졌다.
B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사망 전 작성한 이의신청서가 발견됐다. 해당 문서에는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고 성관계에 동의한 적이 없으며 사건 이후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후 경찰서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의 진료 기록과 사건 당시 정황 등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부실 수사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B씨가 남긴 문서를 정식 이의신청으로 보고 사건을 공소청에 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공소청은 경찰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공소청은 A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CCTV 원본 영상과 휴대전화 등을 포렌식하는 한편 의료 자문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CCTV 원본을 재분석한 결과 범행 직전 A씨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B씨를 뒤에서 부축해 CCTV 사각지대로 데려가는 장면이 확인됐다고 공소청은 밝혔다.
또 B씨의 혈액·소변 감정 결과와 의료 전문가 자문, 다수 참고인의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B씨가 당시 복용하던 약과 술이 겹치면서 스스로 걷기 어려울 정도의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공소청은 두 사람이 평소 이성적 호감을 주고받던 관계도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휴대전화 대화 내용을 분석해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하고, 범행 직후 B씨가 지인들에게 피해 사실을 호소하며 울먹이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공소청은 해당 성관계가 합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A씨를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공소청 관계자는 “범행 전후 사정과 객관적 증거들을 토대로 경찰의 애초 불송치 결정과 달리 피고인의 준강간 혐의를 입증했다”며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