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오세훈 서울시장 사건 2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구회근)는 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과 명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한 여론조사가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1심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명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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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진술 신빙성’이 공통 쟁점
이 재판부는 오는 23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를 내린다. 오 시장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후원자 김한정씨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1심 일부 유죄가 2심 무죄로 뒤집혔다. 윤 전 대통령과 같은 공소사실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는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한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무죄가 엇갈린 세 사건의 혐의는 모두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를 둘러싼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이 때문에 명씨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판단이 공통된 쟁점이다. 명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 사건에서는 여론조사를 의뢰받지 않았고, 본인이 일방적으로 조사 결과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오 시장 사건에서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오 시장 사건은 명씨 진술을 믿을 만하다고 볼 경우 유죄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오 시장에게 일부 유죄를 선고한 1심은 부분적으로 명씨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명씨 주장의 신빙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는 등 신빙성을 다시 따져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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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비용 지급 여부, 주된 차이점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주거혁신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조사에 대한 비용 지급 여부는 차이점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공짜로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명씨가 윤 전 대통령이 내야 할 여론조사 비용 2억7000만원가량을 대신 내준 것으로 봤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사건 2심 재판부는 여론조사 제공은 정치적 조력일 뿐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다수의 제3자에게 함께 제공된 것이어서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속된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 여사 사건 1·2심 재판부도 재산상 이익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 시장 사건에서는 실제로 돈이 오갔기 때문에 재산상 이익보다 ‘대납 여부’가 주된 쟁점이다. 특검팀은 오 시장이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통해 김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납하도록 지시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오 시장 측은 ‘비용 대납을 지시한 적 없고, 김씨가 명씨와의 개인적 친분에 따라 돈을 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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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수집 위법” 주장도
오 시장 1심 재판부는 총 10차례 여론조사 중 최소 5차례에 대해 비용 대납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는 2021년 3월 명씨가 김씨에게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말아요. 내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는 통화 녹취록이 증거로 제출됐는데, 오 시장 측은 녹취록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오 시장은 항소심에서 증거 수집 과정이 위법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오 시장 측은 항소이유서에서 “1심은 존재가 입증되지 않은 통화를 가정해 유죄의 첫 단추를 끼웠다”며 “유죄 증거로 삼은 명씨 카카오톡 대화도 창원지검의 별건 수사 중 압수한 것으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강 전 부시장 측도 결심공판에서 “(회계책임자) 강혜경의 PC와 전자정보 등은 위법수집증거”라며 “처음부터 배제됐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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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설계에 관여했나
박경민 기자
여론조사 설계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지도 차이점이다. 윤 전 대통령 2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명씨에게 조사방식, 공표시기, 공표범위 등 여론조사 과정에 대한 아무런 논의를 한 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한 의뢰나 협의 등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도 했다. 1심은 마찬가지로 여론조사 관여가 없었다고 봤지만, 묵시적 합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반대로 오 시장 1심은 오 시장 측이 여론조사 표본 선정 방식 등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강철원 전 부시장이 여론조사 표본 수에 의문을 제기해 2021년 1월 25일 여론조사의 표본 수가 2793개에서 2000개로 줄어든 점, 여론조사 결과가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나오자 오 시장 측이 이에 항의하며 공표를 늦게 함으로써 효과를 최소화하려 한 점 등을 지적했다. 특검은 관여 정황을 근거로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주장한다. 특검은 항소심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3300만원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