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남겨둔 금융자산의 사후 정리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상담을 진행한 한 미주 한인의 사례도 이와 비슷했다. 오래전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 와 시민권을 취득한 의뢰인은 얼마 전 한국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약 3억 원의 금융재산을 상속받았다. 향후 한국 귀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돈을 한국 은행에 둔 상태였다. 그러나 혹시 모를 유고 상황에 대비해 해당 예금을 미국에 있는 배우자에게 넘겨준다는 유언을 미국에서 남겨두길 원했다.
그렇다면 미국 시민권자가 캘리포니아주법에 따라 작성한 유언장이 한국 은행에 있는 금융재산에도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효력이 인정된다. 대한민국 「국제사법」은 유언의 성립과 효력에 대해 "유언 당시 유언자의 본국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언의 방식에 대해서도 상거소지법, 행위지법 등을 따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국이자 거주지인 캘리포니아주 법률에 맞춰 유언을 남겼다면 대한민국에서도 유효한 유언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이 있다. 한국에 있는 '부동산'과 '금융재산'은 유언 이후 재산 인출 및 이전에 필요한 법적 절차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 있는 부동산이라면 미국 시민권자라 할지라도 한국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요건에 맞춰 유언을 남겨둘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망 후 미국에서의 복잡한 법원 검인(Probate) 절차 없이 신속하게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은행에 있는 예금과 같은 금융재산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에서 유언을 남겼더라도 유언자가 사망한 후 그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 검인법원의 프로베이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캘리포니아주법에 따라 유언을 남기면서 유언집행인(Executor)을 지정해 두었다면 해당 집행인이 현지 검인법원에 검인 신청(Petition for Probate)을 해야 한다. 이후 공고 등 법적 절차를 거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법원으로부터 관리인 지정 결정문(Letters Testamentary)을 발급받게 된다.
이렇게 선임된 유산관리인이 한국 은행을 방문해 금융재산을 인출한 뒤, 다시 미국 검인법원에 최종 재산분배 신청(Petition for Final Distribution and Accounting)을 해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유언에 따라 배우자에게 안전하게 분배할 수 있다.
유언장에 집행인을 지정하지 않았거나 유언 자체를 남기지 않고 사망한 경우(무유언 상속)에도 절차는 비슷하게 진행된다. 배우자나 자녀 등 이해관계인이 검인법원에 신청해 관리인(Administrator)으로 지정받는 결정문을 받아야 한다.
이후 선임된 관리인이 무유언 상속법(Intestate Law)에 따라 상속인 관계를 조사한 뒤 한국 은행에서 금융재산을 인출한다. 이어 검인법원의 최종 분배 승인을 거쳐 상속인들에게 나누어주게 된다.
이처럼 미국 시민권자가 한국에 남겨둔 금융재산은 유언의 유무와 관계없이 미국 검인법원에서 지정한 공식 유산관리인을 통해서만 인출할 수 있다는 특수성이 있다.
외국 국적자의 한국 내 금융재산 상속 및 유언 공증은 국제사법과 현지 주법, 한국 은행의 실무 기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사전 준비 단계부터 한국 상속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정확한 절차를 확인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