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실무회의를 앞두고 한국 국가정보원의 참석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문서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동맹국 정보기관의 회의 참석을 거부하면서 이를 구두가 아닌 문서 형태로 전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시 미국 내에서 국정원의 이른바 ‘쿠팡 탄압’ 관여 의혹이 불거졌던 만큼, 미 측의 불만이 반영된 조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7월 국가정보원에서 복원한 청사 앞 '정보는 국력이다' 원훈석. 연합뉴스
8일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6월 25~26일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제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ㆍ미ㆍ일 외교당국 간 실무그룹 회의’를 앞두고 국정원의 참석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통보했다. 통보는 구두와 문서 두 가지 형태였다고 한다.
해당 회의에는 한ㆍ미ㆍ일 3국 외교당국과 관계 부처의 북핵ㆍ사이버 분야 담당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북한의 해킹 등 사이버 위협 대응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국정원을 콕 집어 배제한 것은 단순 회의 참석자 조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미국은 국정원을 배제한 구체적인 사유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통지 시점이 7월 1일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의 쿠팡 관련 중간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은 눈에 띈다. 당시 미 의회와 행정부 안팎에선 국정원이 ‘쿠팡 탄압’에 관여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실제 법사위 보고서에는 “국정원(NIS)이 쿠팡에 대한 조사와 기기 회수를 압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국정원은 “일련의 과정이 국정원의 지시ㆍ명령에 의해 이뤄졌다는 쿠팡 측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다. 미국의 국정원 배제 조치 역시 이 같은 양국 간 불편한 기류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정원은 당시 회의 참석 배제가 일회성 조치였으며, 현재 한ㆍ미 정보당국 간 협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어느 나라건 국익의 차이로 종종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그것을 어떻게 적시에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한데, 현재 한ㆍ미 정보당국 간 오해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일각에선 한ㆍ미 정보당국 간 잇따른 마찰의 배경에 이재명 정부를 바라보는 트럼프 행정부 안팎의 ‘친중 성향’ 의구심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시 핵시설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한국에 대한 대북 영상정보 제공을 제한하고 있다. 정 장관 측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정보였다”고 해명했지만, 미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방미와 미 중앙정보국(CIA) 고위급 방한단과의 면담이 무산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허위 보도”라고 강하게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