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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샷추 마시며 “켄차나 언니!”…日 MZ들 푹 빠진 ‘한국어 덕질’

중앙일보

2026.10.08 13:00 2026.10.0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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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6월 방영된 일본TV 드라마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10回切って倒れない木はない)’에서 주인공 김민석을 맡은 시손 준(志尊淳)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사랑 덕분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지만, 한국어로 말하기 때문에 일본인 시청자를 위한 일본어 자막이 붙어 있다. 사진 일본TV 캡쳐

올해 4~6월 방영된 일본TV 드라마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10回切って倒れない木はない)’에서 주인공 김민석을 맡은 시손 준(志尊淳)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사랑 덕분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지만, 한국어로 말하기 때문에 일본인 시청자를 위한 일본어 자막이 붙어 있다. 사진 일본TV 캡쳐

“저 때문인가요? 어머니, 왜 그렇게까지…”
“잊었니? 나는 널 한 번도 아들로 생각한 적이 없어.”

올해 4~6월 방영된 니혼TV 드라마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10回切って倒れない木はない)’의 한 장면. 주인공 김민석과 양모 김경화가 재산과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장면 중 일부다. 두 역할을 맡은 배우는 일본 인기배우 시손 준(志尊淳)과 한국 배우 김주령. 일본 배우와 한국 여배우가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다투고 있다.

드라마 제목부터 한국 속담을 그대로 일본어로 옮겼다. 시손 준은 한 인터뷰에서 “한국어 대사가 너무 많아 별도 대본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어가 일본 지상파 드라마에서 잠시 등장하는 ‘외국어’가 아니라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요 언어가 된 셈이다.

올해는 1926년 조선어연구회 등이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해 처음 ‘가갸날’을 만든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식민지 현실 속에 우리말과 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일이지만,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은 한글과 한국어가 일본 광고와 지상파 드라마, 젊은이들의 일상 대화속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본 산토리가 내놓은 비쇼쿠칸차(美色韓茶)는 요즘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어 ‘켄차나(ケンチャナ·괜찮아)’를 광고 카피로 내걸었다. 사진 산토리 홈페이지 캡쳐

일본 산토리가 내놓은 비쇼쿠칸차(美色韓茶)는 요즘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어 ‘켄차나(ケンチャナ·괜찮아)’를 광고 카피로 내걸었다. 사진 산토리 홈페이지 캡쳐

요즘 일본 젊은이들에게 특히 익숙한 한국말 가운데 하나는 ‘켄차나(ケンチャナ·괜찮아)’다. 지난해 일본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유행어 조사에서 ‘켄차나’는 공동 3위에 올랐다. 조사기관은 틱톡 음원과 K팝 아이돌을 통해 이 표현이 퍼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도 이를 광고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산토리는 올해 5월 음료 ‘비쇼쿠칸차(美色韓茶)’를 내놓으면서 ‘켄차나’를 광고 카피로 뽑았다.

광고에서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의 일본인 멤버 아사는 “켄차나! 칸차!”라고 외친다. 후속 광고에서도 ‘언니(オンニ)’라는 한국어 호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일본 소비자가 이런 표현을 낯설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셈이다.

일본 도쿄의 한 편의점에 놓인 '아샷추'. 유성운 특파원

일본 도쿄의 한 편의점에 놓인 '아샷추'. 유성운 특파원

일본 도쿄의 한 편의점에 놓인 '두바이쫀득쿠키'. 유성운 특파원

일본 도쿄의 한 편의점에 놓인 '두바이쫀득쿠키'. 유성운 특파원

커피로 유명한 일본 조지아는 ‘아샷추(アシャッチュ)’라는 제품을 내놨다. ‘아이스티에 샷 추가’라는 한국어의 줄임말이다. 조지아 사이트에서도 “한국에서 인기 있는 카페 메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일 자체가 광고 소재가 되기도 했다. 도쿄가스의 TV 광고 ‘엄마의 오시카쓰(推し活·덕질)편’은 평범한 중년 여성이 K팝 그룹을 좋아하게 된 뒤 한국어를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모습을 담았다. 이 광고는 2023년 ACC 도쿄 크리에이티비티 어워즈에서 금상을 받았다.

도쿄가스의 광고. K팝 덕질을 통해 주변 세계를 넓혀가는 일본인 주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그려 호평을 받았다. 사진 도쿄가스 유튜브 캡쳐

도쿄가스의 광고. K팝 덕질을 통해 주변 세계를 넓혀가는 일본인 주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그려 호평을 받았다. 사진 도쿄가스 유튜브 캡쳐

한국어를 직접 써보려는 사람도 늘었다. 올해 주일한국문화원의 ‘한일교류 작문 콘테스트’에는 일본 전국에서 역대 가장 많은 4504편이 접수됐다. 이 중 한국어 에세이가 378편, 한국어 센류·하이쿠가 955편이었다.

한국어 에세이 일반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오사카 데즈카야마가쿠인대 3학년 시미즈 리아(清水理愛·22)는 “좋아하는 노래( BTS ‘봄날’)의 가사를 이해하고 싶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혼자 공부했고, 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올해 주일한국문화원의 ‘한일교류 작문 콘테스트’에서 한국어 에세이 일반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오사카 데즈카야마가쿠인대 3학년 시미즈 리아(清水理愛·22·왼쪽)와 가작을 수상한 니가타대 2학년 와시오 아리사(鷲尾有咲·19). 시미즈는 중학교 1학년 때 BTS의 ‘봄날’을 통해, 아리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웹소설 '전지적 독자시점'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 사진 시미즈 리아, 와시오 아리사 제공

올해 주일한국문화원의 ‘한일교류 작문 콘테스트’에서 한국어 에세이 일반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오사카 데즈카야마가쿠인대 3학년 시미즈 리아(清水理愛·22·왼쪽)와 가작을 수상한 니가타대 2학년 와시오 아리사(鷲尾有咲·19). 시미즈는 중학교 1학년 때 BTS의 ‘봄날’을 통해, 아리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웹소설 '전지적 독자시점'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 사진 시미즈 리아, 와시오 아리사 제공

시미즈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뒤섞어 쓰는 이른바 ‘한본어’도 실제 젊은 층 사이에서 쓰인다고 전했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한국어 ‘시키다’에서 따온 ‘시키루’라고 하거나 무언가 마음에 든다는 표현에 일본어 대신 “좋아”를 섞는 식이다. 그는 “요즘 가게에도 한국 상품이 정말 많다”며 “처음 한국어를 공부할 때보다 한국 문화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아직 한국을 한 번도 찾지 못했다는 그는 이번 수상으로 받은 항공권으로 조만간 처음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첫 목적지는 서울. “서울에서 가장 먼저 어디를 가보고 싶으냐”고 묻자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올리브영에 가보고 싶다”고 답했다.

한국어 접근 경로도 다양해졌다. 에세이 일반부문에서 가작을 수상한 니가타대 2학년 와시오 아리사(鷲尾有咲·19)는 K팝이나 드라마가 아닌 웹소설을 통해 한글을 배우게 됐다. 와시오는 “고교 3학년 때 한국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을 처음 접해 번역기를 이용해 읽다가 ‘이 책을 내 힘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 입학 후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가보고 싶어 내년 봄 여행을 목표로 돈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성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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